[RCEP서명] 전문가들 "RCEP와 TPP 둘 다 가입하는 게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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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팀 = 우리나라가 15일 중국이 포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 협정(이하 RCEP)'에 최종 서명하면서 향후 미국이 같은 지역 또 다른 자유무역협정(FTA)으로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를 요구하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TPP 가입을 결정하면 중국·일본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국익 차원에서는 두 협정에 모두 참여해 실익을 챙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중국, 美 TPP 의식해 RCEP 논의에 적극 참여"
RCEP는 한·중·일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다.
이날 서명으로 우리나라도 세계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약 3분의 1을 포괄하는 이 초대형 경제권에 편입됐다.
2012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첫 협상이 시작된 RCEP는 '중국이 주도한 협정'이라고 알려졌지만, 여기에는 이견도 많다. 아이디어 등을 제안하며 초기 협상을 이끈 것은 일본이고, 현재 실질적으로 주도권을 쥔 것은 10개국이 똘똘 뭉친 '아세안'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중국이 미국 주도의 TPP를 견제할 목적으로, RCEP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RCEP를 중국이 주도했다고 볼 수 없다. 이미 그 전부터 지금까지 8년 이상 논의가 흘러왔고,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이 심해지니까 중국이 자기가 속한 지역의 동맹체로서 RCEP에 공을 들인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도 "RCEP 시초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이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는 구상이었는데, 당시 초기 논의를 일본이 주도했다"며 "일본과 중국이 서로 상대가 주도하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주도한 시기도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강력한 TPP와 비교해 RCEP 개방 수준이 너무 낮아 주목받지 못할 때 중국은 발만 담근 상태에서 협상이 흘러가는 대로 놔뒀다"며 "이후 미국이 빠지면서 TPP가 무너지자 중국이 RCEP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바이든, TPP 복귀와 한국 참여 요청 가능성"
TPP도 RCEP와 마찬가지로 아·태 국가들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경제공동체 구상이다.
2010년께부터 미국이 주창한 이 협정의 목표는 해당 지역 국가 간 관세 철폐와 경제 통합인데 미국·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페루·호주 등 12개국이 참여해 2015년 10월 타결됐다.
하지만 각국의 국내 비준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갓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심 보호무역' 기조를 앞세워 2017년 1월 TPP를 탈퇴했다.
이후 남은 11개 회원국은 미국이 강하게 주장해온 항목들을 동결한 채 협정을 '포괄적(Comprehensive)·점진적(Progressive)' TPP, 즉 CPTPP로 바꿨다.
CPTPP에 대한 국내 비준을 11개 나라 가운데 과반인 6개국(일본·싱가포르·호주·캐나다·멕시코·뉴질랜드)이 마치면서, CPTPP는 2018년 10월 공식 발효됐다.
한국은 CPTPP는 물론 TPP 단계에서도 참여한 적이 없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TPP 주요 참여국들과 이미 개별 FTA를 체결한 상태에서 TPP 참여하면 결국 '한일 FTA'가 새로 체결되는 셈"이라며 "일본은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 관계인 만큼 이전 정권들이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바이든 대통령 취임 등과 함께 미국이 CPTPP나 TPP로 복귀하고, 우리나라의 참여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IEP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바이든이 강조하는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 국제공조 체제 복원 기조에 따라 미국이 주도하는 형태의 CPTPP 확대 또는 제2의 TPP 추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필수 물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TPP를 통한 '미국 중심 공급망(supply chain)' 구축을 도모할 것이라는 얘기다.
KIEP는 "이 경우 미국은 우방인 우리나라의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한국, TPP 통해 기술 발달한 북미 공급망에도 참여해야"
만약 실제로 미국의 TPP 참여 요구가 현실이 되면 우리나라로서는 결정 과정에서 몇 가지 난제를 풀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중국 포위 전략의 하나로서 TPP를 주도한다고 생각하면 중국이 (한국 참여를) 견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박사도 "중국이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더라도 '경계' 의사 정도는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도 핵심 고려 사항이다.
문 박사는 "전자업종의 경우 일본과 보완 관계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TPP 참여에도 큰 타격이 없겠지만, 자동차 업종은 일본 업체와 국내외에서 관세를 없앤 상태에서 직접 경쟁해야 하는 만큼 결사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철 KIEP 전 부원장는 "지금 상태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TPP 참여를 반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환경·노동 등의 분야에서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TPP 기준이 우리에게 득이 될지도 따져봐야 한다.
문 박사는 "대선 후보 시절 바이든이 CPTPP에 재가입하더라도 환경, 노동 부문에서 미국과 같은 높은 수준의 기준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이미 한미FTA 개정안에 미국 기준에 부합하는 환경·노동 조항이 들어있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의류 등을 동남아시아 등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 해외 현지 사업장까지 환경·노동 기준을 맞추려면 생산비가 늘어나는 등의 영향이 예상된다.
하지만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국 RCEP뿐 아니라 TPP에도 참여하는 게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에 이롭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서진교 KIEP 선임연구위원은 "TPP가 구축하는 북미 공급망의 특징은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제품이 많다는 것"이라며 "아시아에서는 얻지 못할 고부가가치 첨단기술, 새 디지털 IT(정보통신) 제품의 생산과 관련 서비스가 북미 공급망에서 나오는 만큼 RCEP와 함께 TPP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윤 서강대 교수도 "RCEP는 매우 기본적이고 개방도가 낮은 협정인 반면, TPP는 환경·노동·디지털·국영기업 등을 총망라한 고도의 협정이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 충돌할 부분은 없다"며 "우리는 지켜보다가 미국이 TPP에 다시 참여하는 단계에서 동참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건기 산업통상자원부 FTA 정책관은 "RCEP와 TPP가 대립하거나 경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라며 "우리나라는 개방형 통상국가로, 수출을 해야 먹고 사는 나라인 만큼 우리의 기본 통상정책은 통상 선진화 규범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TPP 가입을 결정하면 중국·일본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지만, 종합적으로 국익 차원에서는 두 협정에 모두 참여해 실익을 챙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중국, 美 TPP 의식해 RCEP 논의에 적극 참여"
RCEP는 한·중·일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호주·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FTA다.
이날 서명으로 우리나라도 세계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약 3분의 1을 포괄하는 이 초대형 경제권에 편입됐다.
2012년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첫 협상이 시작된 RCEP는 '중국이 주도한 협정'이라고 알려졌지만, 여기에는 이견도 많다. 아이디어 등을 제안하며 초기 협상을 이끈 것은 일본이고, 현재 실질적으로 주도권을 쥔 것은 10개국이 똘똘 뭉친 '아세안'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중국이 미국 주도의 TPP를 견제할 목적으로, RCEP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사실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RCEP를 중국이 주도했다고 볼 수 없다. 이미 그 전부터 지금까지 8년 이상 논의가 흘러왔고,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이 심해지니까 중국이 자기가 속한 지역의 동맹체로서 RCEP에 공을 들인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도 "RCEP 시초는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이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하는 구상이었는데, 당시 초기 논의를 일본이 주도했다"며 "일본과 중국이 서로 상대가 주도하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주도한 시기도 있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강력한 TPP와 비교해 RCEP 개방 수준이 너무 낮아 주목받지 못할 때 중국은 발만 담근 상태에서 협상이 흘러가는 대로 놔뒀다"며 "이후 미국이 빠지면서 TPP가 무너지자 중국이 RCEP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바이든, TPP 복귀와 한국 참여 요청 가능성"
TPP도 RCEP와 마찬가지로 아·태 국가들을 대상으로 추진되는 경제공동체 구상이다.
2010년께부터 미국이 주창한 이 협정의 목표는 해당 지역 국가 간 관세 철폐와 경제 통합인데 미국·일본·말레이시아·베트남·페루·호주 등 12개국이 참여해 2015년 10월 타결됐다.
하지만 각국의 국내 비준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갓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중심 보호무역' 기조를 앞세워 2017년 1월 TPP를 탈퇴했다.
이후 남은 11개 회원국은 미국이 강하게 주장해온 항목들을 동결한 채 협정을 '포괄적(Comprehensive)·점진적(Progressive)' TPP, 즉 CPTPP로 바꿨다.
CPTPP에 대한 국내 비준을 11개 나라 가운데 과반인 6개국(일본·싱가포르·호주·캐나다·멕시코·뉴질랜드)이 마치면서, CPTPP는 2018년 10월 공식 발효됐다.
한국은 CPTPP는 물론 TPP 단계에서도 참여한 적이 없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TPP 주요 참여국들과 이미 개별 FTA를 체결한 상태에서 TPP 참여하면 결국 '한일 FTA'가 새로 체결되는 셈"이라며 "일본은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 관계인 만큼 이전 정권들이 우리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바이든 대통령 취임 등과 함께 미국이 CPTPP나 TPP로 복귀하고, 우리나라의 참여도 요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IEP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바이든이 강조하는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 국제공조 체제 복원 기조에 따라 미국이 주도하는 형태의 CPTPP 확대 또는 제2의 TPP 추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필수 물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TPP를 통한 '미국 중심 공급망(supply chain)' 구축을 도모할 것이라는 얘기다.
KIEP는 "이 경우 미국은 우방인 우리나라의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한국, TPP 통해 기술 발달한 북미 공급망에도 참여해야"
만약 실제로 미국의 TPP 참여 요구가 현실이 되면 우리나라로서는 결정 과정에서 몇 가지 난제를 풀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중국 포위 전략의 하나로서 TPP를 주도한다고 생각하면 중국이 (한국 참여를) 견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박사도 "중국이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더라도 '경계' 의사 정도는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도 핵심 고려 사항이다.
문 박사는 "전자업종의 경우 일본과 보완 관계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TPP 참여에도 큰 타격이 없겠지만, 자동차 업종은 일본 업체와 국내외에서 관세를 없앤 상태에서 직접 경쟁해야 하는 만큼 결사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철 KIEP 전 부원장는 "지금 상태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TPP 참여를 반대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환경·노동 등의 분야에서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TPP 기준이 우리에게 득이 될지도 따져봐야 한다.
문 박사는 "대선 후보 시절 바이든이 CPTPP에 재가입하더라도 환경, 노동 부문에서 미국과 같은 높은 수준의 기준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이미 한미FTA 개정안에 미국 기준에 부합하는 환경·노동 조항이 들어있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의류 등을 동남아시아 등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경우 해외 현지 사업장까지 환경·노동 기준을 맞추려면 생산비가 늘어나는 등의 영향이 예상된다.
하지만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결국 RCEP뿐 아니라 TPP에도 참여하는 게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에 이롭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서진교 KIEP 선임연구위원은 "TPP가 구축하는 북미 공급망의 특징은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 제품이 많다는 것"이라며 "아시아에서는 얻지 못할 고부가가치 첨단기술, 새 디지털 IT(정보통신) 제품의 생산과 관련 서비스가 북미 공급망에서 나오는 만큼 RCEP와 함께 TPP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윤 서강대 교수도 "RCEP는 매우 기본적이고 개방도가 낮은 협정인 반면, TPP는 환경·노동·디지털·국영기업 등을 총망라한 고도의 협정이기 때문에 내용 면에서 충돌할 부분은 없다"며 "우리는 지켜보다가 미국이 TPP에 다시 참여하는 단계에서 동참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건기 산업통상자원부 FTA 정책관은 "RCEP와 TPP가 대립하거나 경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라며 "우리나라는 개방형 통상국가로, 수출을 해야 먹고 사는 나라인 만큼 우리의 기본 통상정책은 통상 선진화 규범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