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평안감사향연도'로 인생의 고락을 나눈다(종합)

고화질 영상과 미디어아트로 작품 의미 및 내용 전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평안' 내일 시작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단원 김홍도의 작품으로 전하는 '평안감사향연도'를 하나의 주제로 엮어 보여주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두 그림을 포함해 총 18점을 전시하는 특별전 '한겨울 지나 봄 오듯-세한(歲寒)·평안(平安)'전을 24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연다고 23일 밝혔다.

세한도(歲寒圖, 국보 제180호)는 제주도에 유배된 김정희(1786∼1856)의 고난과 이를 견디게 해준 벗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면 김홍도(1745∼1806)의 것으로 전하는 평안감사향연도는 평안감사의 부임 잔치를 그린 그림이다. 1부 주제는 '세한-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이다.

'세한'은 논어(論語)의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에서 따온 것으로, 전시는 이 구절의 의미를 '세한의 시간'과 '송백의 마음'으로 공간을 나눠 전달한다.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91) 씨가 기증한 세한도와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등 15점이 전시되고, 영상을 통해 세한도 제작 배경과 전래 과정을 알려준다.
'세한의 시간'에서는 프랑스 영화 제작자 겸 미디어 아트 작가 장 줄리앙 푸스가 포착한 제주도 풍경에 김정희의 고통과 절망, 성찰의 과정이 담긴 영상을 볼 수 있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세한도 실물이 전시돼 있다.

청나라와 우리나라 명사 및 문인의 세한도에 관한 감상과 칭송이 담긴 두루마리도 함께 공개된다. 초고화질로 스캔한 영상을 통해 그림과 글씨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문화재 전문가들의 인터뷰 영상도 상영된다.

'송백의 마음'에서는 김정희의 벗과 후학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유배 기간에 편지와 물품을 주고받은 초의선사(1786∼1866), 역관이었던 제자 이상적(1804∼1865), 애제자 허련(1808∼1893)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김정희의 예술과 학문은 서예가 오세창(1864∼1953)과 손재형(1903∼1981), 김정희 연구자 후지쓰카 지카시(1879∼1948)에 의해 계승됐다.

이곳에선 후지쓰카가 1940년 일본으로 가져간 세한도를 1944년 손재형이 되찾아온 일화도 영상으로 소개된다.
2부 주제는 '평안-어느 봄날의 기억'이다.

'연광정연회도', '부벽루연회도', '월야선유도' 등 3폭으로 구성된 평안감사향연도를 감상할 수 있다.

연광정, 부벽루, 대동강에서 열린 평안감사 부임 잔치의 여정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봄의 여정'에서는 평양에 도착한 감사를 축하하는 잔치의 여정을 '길', '환영', '잔치', '야경'으로 나눠 보여준다.

관람객은 영상으로 구현된 그림 속을 지나면서 마치 평안감사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세 폭의 그림 영상이 차례로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맞은편에서는 모니터 9대가 작품의 세부 모습을 보여준다.

영상을 보면 작품 속 인물들의 행동과 표정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영상으로는 대동문 앞 저잣거리 풍경과 평양 교방 기생들의 춤도 볼 수 있다.

특히 평양 교방 기생들의 춤은 무용수들의 퍼포먼스 영상으로 재현돼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래픽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 대동강 밤잔치는 무척 화려하다.

두 번째 '그날의 기록'에서는 평양 대표 명소를 노래한 시구들과 함께 평안감사향연도 원작을 감상할 수 있고, 세 번째 '그림의 뒤편'에서는 관련 학술 정보, 과학적 분석에 관한 내용을 전시한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날 열린 특별전 언론공개회에서 "세한도에는 추사의 쓸쓸함과 제자에 대한 고마움이 잘 나타나 있다.

가치를 논할 수 없는 이 위대한 그림을 주셔서 모든 국민에게 감상할 기회를 주신 손창근 선생과 가족분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세한도를 보고 쓸쓸한 마음이 드셨다면 평안도에서 즐거움과 따뜻함을 느끼고 가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