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지원 "'산후조리원' 출산 장면, 가장 어려워"

tvN '산후조리원' 오현진 역 배우 엄지원

엄지원, 여성 최초 최연소 임원부터
최고령 산모까지 열연
'산후조리원' 이끌며 호평 이어져
'산후조리원' 엄지원/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어디서 몰래 애를 낳고 온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출산을 저승사자와 결투 후 살아 돌아오는 것으로 그려내는 것은 물론 아이가 태어난 후 느끼는 현대 여성들의 솔직한 감정을 엄지원은 생생하게 연기해 냈다.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이 된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이었지만, 산후조리원에서는 육아 지식이 전무한 최고령 산모일 뿐인 오현진은 엄지원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tvN '산후조리원'은 '모성애는 훌륭하며, 엄마는 모든 것을 참고 견딘다'는 기존의 통념을 깨버린 드라마다. 엄마도 사람이고, 처음 육아를 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좌절하는 존재라는 걸 때론 진지하게, 때론 유쾌하게 그려내며 호평받았다. 엄지원은 그 중심에 있었던 오현진을 연기했다.
'산후조리원' 엄지원/사진=tvN 제공
'산후조리원' 엄지원/사진=tvN 제공
오현진은 일과 사랑 모두 성공적으로 일군 커리어우먼이었지만, 처음 경험하는 임신, 출산, 육아에 수없이 좌절하고 만다. 여지껏 사회적으로 신성시됐던 모성애와 자신이 느끼는 감정 사이에서 혼돈을 겪는 인물. 엄지원은 오현진의 다채로운 면모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하이퍼리얼리즘 출산 느와르'라는 '산후조리원'을 이끌었다.

코로나19로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엄지원은 "이렇게 뜨거운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동시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한 여자의 성장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제가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기쁘고, 공감해주시고 응원해 주신다는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엄지원은 특히 "진짜 산모같았다"는 반응에 고마워했다. 엄지원은 2014년 5월 건축가 오영욱 씨와 결혼했지만 슬하에 자녀는 없다. 1회에서 등장한 출산 장면을 '산후조리원'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장면으로 꼽은 엄지원은 "지금까지 했던 연기들은 대게 보는 사람이 겪어보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진 같은 경우 많은 분들이 경험을 하셨던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고민했던 부분을 털어 놓았다.
'산후조리원' 엄지원/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바로 내 옆에 그리고 내 삶 속에 있는 이야기지만,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이야기이기 때문에 친근하게 느끼신 것 같아요. '저거 내 이야기인데?' 라는 생각 때문에 좋아해주지 않으셨나 생각이 들어요. 촬영하면서 출산이나 육아에 경험이 없으신 분들도 좋아해 주실까 우려도 있었지만, 특히 실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 감사하게도 많이 사랑해 주셔서 기쁩니다."

8회 분량으로 기존 미니시리즈의 절반 정도 분량이지만 '산후조리원'에는 1회 저승사자 격투신 뿐 아니라 영화 '설국열차', '로마의 휴일' 패러디를 비롯해 무협 액션, 쌈바 축제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에피소드 장면이 등장했다. 엄지원 역시 준비할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었을 터. 엄지원은 완벽한 현진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4kg을 증량했을 뿐 아니라 특수 분장까지 하면서 열연을 펼쳤다. "증량이 어려운 건 아니었다"며 "촬영과 스케줄을 소화하며 자연스럽게 살은 빠졌다"던 엄지원은 "주변 사람들에게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된 조언을 많이 구했다"며 캐릭터에 몰두한 모습을 보였다.
'산후조리원' 엄지원/사진=tvN 제공
그러면서 "사석에서도 배우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가졌다"면서 돈독한 분위기를 이끌며 극의 몰입도를 이끌었다는 후문을 전했다.

"장혜진 선배 같은 경우 소년 같은 털털함, 개구장이 같은 면이 있었고, 박하선 배우는 육아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배우들에게 '잘한다', '예쁘다' 등 기분 좋은 칭찬을 잘해줬어요. 최리 배우는 너무 사랑스럽고, 순수하고 재능이 있는 친구다. 임화영 배우는 내공이 있는 좋은 배우고, 좋은 사람이었죠. 늘 촬영장에 가면 여자친구들끼리 수다 떠는 편안한 느낌이 들었어요. 촬영을 하기 전 출산과 육아 경험이 있는 배우들과 그렇지 않은 배우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은 지금의 나의 이야기, 내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라는 결론을 내고 촬영에 임했고요. 대화를 통해 방향을 찾아가고 고민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산후조리원' 엄지원/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로 촬영을 할 때마다 체온 체크를 하고,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는 것은 물론 촬영 스케줄이 변동되야 했다. 엄지원은 "카메오로 출연한 정문성 배우는 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5번이나 현장에 나와서 고생해줬다. 고맙다"고 전하기도 했다.

쉽지 않았던 촬영이었지만 시즌2를 기약하며 '산후조리원'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랬듯 만약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어떤 소재이던 경험한 사람들만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닌 모두가 공감할 만한 코드를 찾아내는 것이 숙제인 것 같아요. 행운이 주어진다면 시즌 2를 통해 시청자분들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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