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리 해임될까…헌재, 2일 '군 관사 불법사용' 판결

전역 후에도 군 관사 거주에 야 "특혜금지 헌법 위반"
"무죄 판결 전망 다수" 관측 속 야권선 정국 불안 '탈출구' 기대감도
반정부 시위대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는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헌법재판소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헌재가 쁘라윳 총리의 전역 후 군 관사 사용이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한 판결을 내놓을 예정인데, 위헌 결정이 나면 총리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5개월째 접어든 반정부 시위 국면이 중대 분수령을 맞게 된다.

1일 온라인 매체 네이션과 타이 PBS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헌재는 오는 2일 쁘라윳 총리의 '군 관사 불법 사용' 여부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 재판은 오후 3시(현지시간) 부터 시작된다고 언론은 전했다.

군 관사 불법 사용 논란은 올 초 불거졌다.

2월 초 동북부 나콘라차시마의 쇼핑몰에서 부사관의 총기 난사로 29명이 숨진 참사가 발생했는데, 당시 부대 지휘관의 장모가 중개한 군 관사를 사는 과정에서 돈 문제가 발생한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참사 직후 아피랏 콩솜퐁 육군참모총장이 전역한 군인들은 군 관사를 비우라고 지시하면서도, 쁘라윳 총리와 쁘라윗 웡수완 부총리 등 군 출신 일부 각료에 대해서는 국가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면서 '관사 퇴거' 조치 예외를 적용했다.

쁘라윳 총리는 육군참모총장이던 2014년 5월 국정 혼란 와중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 친나왓 정부를 몰아내고 정권을 잡았고, 이후 9월 전역했지만 계속해서 관사를 사용했다.

관사는 지난해 왕실근위대로 편입된 방콕 시내 제1보병연대 부지 안에 있다. 그러자 야당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전역 후에도 관사에 계속 사는 것은 정부 각료가 정부나 공기업으로부터 특별한 돈이나 혜택을 받는 것을 금지한 헌법 184·186조를 위반한 것이자, 각료가 윤리적 기준에 부합해 행동해야 한다는 헌법 160조도 어긴 행위라며 하원의장을 통해 헌재에 제소했다.
헌법 170조는 160조를 어긴 각료는 그 직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쁘라윳 총리는 헌재 변론서에서 총리 관사가 수리 중이어서 군 관사에 거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경호팀도 안전을 위해 군 관사 사용을 제안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판결 전망과 관련해 다수는 무죄 판결을 예상하지만, 유죄 결정을 점치는 소수 의견도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여기에는 헌재가 야당 퓨처포워드당(FFP) 해산 등 일련의 '친정부적 결정'을 내린 전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랑싯대 정치학자인 완위칫 분쁘롱 교수는 쁘라윳 총리가 틀림없이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완위칫 교수는 "법적으로는 쁘라윳 총리가 관련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닐 수 있다"며 "다만 총리직의 합법성은 의심받고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던 독재저항민주전선연합(UDD) 리더 짜뚜폰 프롬판은 쁘라윳 총리가 이번 사건으로 물러날 것을 확신하는 `1%' 중의 한 사람이라며 퇴진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일부 전문가는 헌재 판결이 시위대의 퇴진 주장 수용을 거부하는 쁘라윳 총리에게 내려올 '사다리'인 동시에 악화하는 현 정치 위기에서 태국이 벗어날 '비상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하고 있다.

1997년 헌재가 설립된 이후 헌재 판결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이는 모두 3명이라고 언론은 전했다.

가장 최근 사례가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전 총리로, 2014년 당시 야권 인사인 국가안보위원회(NSC) 위원장을 경질한 것은 권력남용이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총리직을 상실했다. 헌재 선고와 관련, 반정부 시위대는 헌재 앞에서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라'며 위헌 결정을 압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