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나라' 아르헨티나, 낙태 합법화 논쟁 재점화

하원, 1일 논의 개시…대통령 '임신 14주 이내 허용' 발의
"아홉 번째 낙태 합법화 법안이지만 정부 발의는 처음"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낙태 합법화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아르헨티나 하원은 1일(현지시간) 낙태 합법화 법안과 관련한 논의를 개시했다고 텔람통신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달 임신 14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데 따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국이기도 한 가톨릭 국가 아르헨티나에선 낙태가 불법이다. 성폭력으로 인한 임신인 경우나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에 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낙태가 허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여성들이 의료기관에서 낙태 시술을 받기는 쉽지 않은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법적으로 낙태를 택할 수 없는 많은 여성은 위험을 무릅쓰고 음성적인 시술에 기댄다. 아르헨티나에선 지난 2018년에도 임신 초기 낙태 합법화가 추진돼 뜨거운 찬반 논쟁을 불러왔다.

당시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에서 부결됐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3월 낙태 합법화 법안을 직접 발의하겠다고 밝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예정보다 늦게 그 약속을 지켰다.
지난달 법안 발의 당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낙태 찬성 또는 반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딜레마는 낙태 시술이 음성적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아니면 아르헨티나의 의료체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매년 37만∼52만 건가량의 불법 낙태 시술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에 따르면 잘못된 불법 낙태 시술로 인해 매년 3만8천 명가량의 여성이 입원하며, 1983년 이후 3천 명의 임신부가 목숨을 잃었다.

대통령의 법안 발의 이후 아르헨티나에서는 낙태 찬반 시위가 뜨겁다.

여성단체 등을 비롯해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이들의 초록색 물결과 종교계를 중심으로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이들의 푸른색 물결이 번갈아 광장을 수놓았다.

아르헨티나에서 낙태 합법화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아홉 번째지만 정부 발의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여러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낙태 합법화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 법안 처리 과정에서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전통이 강한 중남미 국가 중엔 우루과이와 쿠바만이 선택적인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대부분 아르헨티나처럼 예외적으로만 낙태를 허용하고, 엘살바도르를 비롯한 일부 국가는 예외 없이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