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아들 힘내" 차분한 분위기 속 수험생 입실

"아들 부담 갖지 말고 마음 편하게 보고 와. 힘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제26지구 11시험장이 마련된 광주 서구 광덕고 앞에서 어머니는 수험생 아들을 꼭 안아주는 것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또 다른 한 어머니는 슬리퍼가 들어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교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혹시나 수험생 아들이 실수할까 싶어 휴대전화를 가지고 가지 못하도록 했는데, 아들이 가고 나서야 미리 준비해놨던 슬리퍼를 가져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슬리퍼를 들고 시험장 앞까지 찾아왔지만, 휴대전화가 없는 아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던 어머니는 아들과 '텔레파시'가 통하기만을 기다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험생 응원이 전면 금지되면서 시험장 앞은 예년보다 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과거와 비교해 점점 수험생 응원이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지난해 각 학교 선생님들이 제자들에게 사탕과 음료를 건네던 모습조차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취재진 출입도 제한됐다.

학부모들은 대부분 자녀를 승용차로 배웅하는 데 그치면서 시험장 앞에는 서성이는 학부모들 대신 차량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수험표를 꺼내 들고 고사장을 확인했다.

수험표와 고사장 안내문을 여러 차례 번갈아 보는 그들의 모습에서 긴장감이 전해졌다.

입실 시간이 가까워지자 수험생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수험표 챙기는 걸 깜빡한 한 수험생은 교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 경찰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져온 수험표를 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전남고에서는 입실 마감 2~3분을 앞두고 경찰차를 타고 헐레벌떡 입실한 수험생도 있었다.

시험 며칠 전 다리를 다쳐 움직이기 힘든 한 여학생은 구급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했고, 광산구에서 자가격리 중이던 한 남학생 역시 방호복을 입은 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시험장에 갈 수 있었다.

수험생 전모(18) 군은 "마스크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게 가장 힘들었다"며 "그래도 참고 열심히 공부했으니 오늘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를 배웅하러 온 박다영(19) 씨는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고 공부하는걸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도서관이나 카페 등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았던 점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며 "지금까지 고생했으니 수능 끝나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