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n번방 등 숱한 논란 직면…1년3개월만에 떠나는 이정옥

서울·부산시장 성추행 의혹 등 대형 사건 관통…"집단학습 기회" 등 설화 자초
코로나 19속 한부모 가족·위기 청소년 지원책 확대 등 성과도

청와대가 4일 정영애(65) 한국여성재단 이사를 새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면서 이정옥 장관은 1년 3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평생을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원로 사회학자이면서 시민단체 활동 등으로 현실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던 이 장관은 재임 기간 빼곡한 현장 일정을 소화하며 늘 현장과 소통해 왔다.

성착취물 제작·유통 범죄인 'n번방' 사건,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의혹,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들이 쉴 틈 없이 몰아친 상황에서 여가부 수장으로서 피해자 보호와 대책 마련 등을 이끌어 왔다.

다만 이런 대형 사건에 여가부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부 한계가 드러나거나, 이 장관 스스로 몇몇 발언 때문에 '설화'를 부른 일은 오점이 됐다.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점을 두고 "성인지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발언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은 이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당시 여성가족위원회 회의는 파행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는 청와대에 장관 교체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지난 2일 열린 국회 여가위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합의로 아예 발언 기회를 뺏기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집단 학습기회' 발언의 파장이 가장 컸지만, 앞선 사건들로도 여가부의 업무나 대처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 발생한 n번방 사건은 성범죄 피해자 보호책이나 디지털 성범죄 방지제도 등에 허점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고, 올해 4월 성추행 의혹으로 오거돈 시장이 사퇴했을 때 여가부는 성희롱성폭력특별신고센터에 관련 신고를 받고도 부산시 자체 조사로 사안을 넘겼다는 지적을 받는 등 사후 대처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이어 5월에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정의연 의혹 사건이 발생하자 여가부 역시 국가 보조금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의연 논란이 미처 다 가라앉기도 전인 7월에는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불거졌고, 여가부는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사건 후 나온 피해자 보호책이나 재발 방지 대책 등도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이 장관은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 영상물 제작자인 손정우의 미국 송환이 불발됐을 때도 침묵을 지켰다.

전임 진선미 장관 재임 당시 연예인 정준영의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긴급회의를 열고 장관이 직접 입장을 밝혔던 것과는 대비됐다.

이 장관이 이끈 여가부는 여성계 전반이 거세게 요구하고 있는 낙태죄 폐지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여러 논란 속에 지난 7월 여가부 폐지 청원이 국회에 접수되는 일도 있었다.

반면 이 장관은 재임 기간 여성과 청소년과 한부모 가족 등 사회의 취약 계층을 지원하는 데에는 많은 정책 개선을 이끌어냈다.

한부모 가족에 대한 양육비 지원 확대와 청소년 미혼모에 대한 지원 확대가 대표적이다.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위기 속에서 신속하게 아이돌봄 서비스를 개선해 제공하고, 위기 청소년을 위한 보호·자립 제도를 마련한 것 등은 이 장관의 업적으로 남을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