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인터넷에 퍼진 '윤석열 검찰의 수사법' 따져봤더니

야권·검찰 관련 수사 7건·여권 수사 2건 비교…尹사진과 합성해 유포
홍정욱 딸 불구속, 檢 영장쳤으나 법원이 기각…김학의 무혐의는 尹책임 아냐
나경원·박덕흠 관련 사건 '1년째 조사만'·'몇달째 조사만' 지적은 팩트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수행했거나 지휘했던 수사가 '특정 정파에 편파적이었다'는 취지로 제작된 컴퓨터 그래픽(CG) 이미지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의 골때리는 수사법'이라는 제목이 달린 해당 CG 이미지는 윤 총장이 야권 또는 본인 장모 및 검찰 출신 인사와 관련된 7건의 수사에서 피의자들을 선처하거나,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는 반면, 2건의 여권 인사 관련 사건에서는 강도 높은 수사 및 구형을 했다는 내용이다.

'선처 사례'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및 다스 실소유주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및 성폭행 의혹 사건'을 각각 '무혐의'로 수사 종결한 건이 제시됐다.

거기에 더해 '나경원 전 의원 딸 부정입학 의혹 사건'과 '박덕흠 의원 가족회사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선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혔다. 이와 함께 '윤석열 총장 장모 사문서위조 의혹 사건'과 '홍정욱 전 의원(현역시절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소속) 딸 마약 투약 및 밀반입 사건', '김성태 전 의원(현역시절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자녀 취업청탁 의혹 사건' 등에서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은 것도 '선처 사례'로 언급했다.

반면 여권 인사가 관련된 '정경심(조국 전 법무장관 부인) 동양대 교수 표창장 위조 의혹 사건'과 '김경수 경남지사 여론조작 의혹 사건'에서 피의자를 구속하거나 중형을 구형했다는 내용이 그 앞에 열거된 '선처' 사례와 대조되는 사례로 거론됐다.

해당 CG 이미지가 화제가 되자,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온라인상에서 유명한 각종 동영상이나 사진에 합성해 재유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해당 이미지가 인쇄된 패널을 들고 있는 장면을 만들거나, 영화 '범죄와의 전쟁' 중 주인공이 검사에게 건네는 뇌물에 이미지를 합성하는 식이다.
◇'부당선처' 맥락서 거론된 사건 중 홍정욱 딸 불구속은 법원 영장기각 때문…윤총장 장모·김성태 불구속은 팩트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지만, 정작 CG 이미지 상에는 간략하게 '무혐의', '불구속' 등으로만 수사결과가 표기돼 있기 때문에 CG 이미지를 접한 네티즌들이 '검찰수사가 실제로 편파적이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수사결과가 '불구속'이라고 언급된 3건의 사건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의자를 구속할지 여부는 영장 청구권을 가진 검찰의 판단 뿐 아니라, 발부 또는 기각의 권한을 가진 법원의 판단이 작용하기 때문에 검찰의 결정 영역이 어디까지였는지 따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홍정욱 전 의원 딸 마약 투약 및 밀반입 사건'이 '부당 선처' 맥락에서 소개된 것은 윤 총장 입장에서 억울할 수 있다.

CG에 따르면 윤석열 총장 지휘 하에 검찰이 해당 사건 피의자를 불구속(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표기돼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결과에 가깝다.

홍 전 의원 딸 홍 모씨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맞지만, 이는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기 때문이지 검찰이 처음부터 의도한 결과는 아닌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홍씨를 긴급체포한 뒤 곧바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고 초범으로 미성년자인 점 등도 고려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구속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야권 인사의 딸을 선처하려는 의도로 불구속 수사 결정을 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윤석열 총장 장모 사문서위조 의혹 사건'과 '김성태 전 의원 자녀 취업청탁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CG에 적시된 내용(불구속)이 사실에 부합한다.

윤 총장 장모 관련 사건은 거액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347억원 규모의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사건인데, 검찰은 구속 수사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김성태 전 의원 사건도 취업청탁을 받은 이석채 전 KT 회장과 김상효 전 KT 인재경영실장 등이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청탁을 한 사람으로 지목된 김 전 의원에 대해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했다.
◇김학의 성범죄 무혐의, 윤 총장에 직접 책임 묻기 어려워
CG 이미지상 '편파적 처리' 사례의 맥락에서 거론된 사건 중에는 윤 총장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려운 사건도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및 성폭행 의혹 사건'이 특히 그렇다.

이 사건은 2013년과 2014년 두 차례에 거쳐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수사한 뒤 무혐의 결론을 내린 바 있는데, 당시 윤 총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로 정권의 눈 밖에 나 좌천되면서 지방에서 근무하던 때였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1차 수사가 무혐의로 결론 난 2013년 11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으로, 2차 수사가 마무리된 2014년 12월에는 대구고검 검사로 각각 근무중이었다.

일각에선 지난해 6월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이 김학의 전 차관을 뇌물죄로 구속 기소하면서 성범죄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로 결론 낸 것과 관련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이 사실상 검찰 수뇌부로서 수사책임을 져야 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이 역시 무리한 주장이라는 지적이 많다.

당시 수사단은 검찰총장(문무일)의 지휘도 받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수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 총장이 이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도곡동 땅 및 다스 실소유주 의혹 사건'의 경우 '무혐의'라는 처리 결과와 함께 윤 총장이 당시 수사검사였다고 CG에 표기돼 있지만, 무혐의 결론이 윤 총장 책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 사건은 크게 200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수사와 2008년 특검수사로 나눠지는데 윤 총장은 후자인 특검수사를 지원하는 수사검사로 참여한 바 있다.

따라서 적시된 사실(무혐의, 윤총장이 수사검사)의 진위여부만 표면적으로 따지자면 맞는 이야기다.

단, 당시 특검수사팀 구성을 보면 정호영 특별검사와 김학근, 문강배, 최철, 이상인, 이건행 등 판·검사 출신 특별검사보가 수사의 '지휘부'였다고 할 수 있고, 수사지원을 위해 파견된 윤 총장 포함 9명의 현직 검사는 특검과 특검보의 지휘를 받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무혐의 결정의 주된 책임이 윤 총장에게 있다고 보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나경원·박덕흠 관련 사건 수사 속도 안 나는 것은 사실
반면 CG가 '나경원 전 의원(현역시절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딸 부정입학 의혹 사건'과 '박덕흠 의원(국민의힘 소속이었다가 9월 탈당해 현재 무소속) 가족회사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와 관련, 각각 '1년째 조사만', '몇달째 조사만'이라고 기술하며 윤 총장 책임을 지적한 대목은 대체로 사실에 입각해 있다.

지난해 9월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나 전 의원 사건에서 검찰은 고발인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을 5차례 소환해 조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발인 측과 관련한 이렇다할 수사 진척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유사한 성격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와는 대조적이게도 검찰이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이 소유한 회사가 부당하게 정부 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덕흠 의원 사건의 경우도 지난 9월 고발된 뒤 3개월 째 고발인 조사만 되풀이할 뿐 가시적 수사 진척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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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