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근 대통령 특사, 모스크바 도착…수교 30주년 협력 다지기

"문 대통령 친서 전달 등 5일간 활동…푸틴 방한·북핵 협력 등도 논의"

문재인 대통령의 대(對)러시아 특사인 우윤근 전(前) 주러 대사가 13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우 특사는 이날 터키를 경유해 모스크바 남쪽 브누코보 공항에 도착해 이석배 주러 대사 등의 영접을 받고 곧바로 숙소인 롯데 호텔로 이동했다.

우 특사는 공항 도착 직후 모스크바 주재 한국 특파원단과 한 인터뷰에서 "올해가 한러 수교 30주년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외교가 제약되는 상황에서 양국 간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경제 협력·남북관계 등에 관한 현안도 논의하기 위해 왔다"고 설명했다.
우 특사는 도착 다음 날부터 18일까지 5일간 크렘린궁, 외무부, 의회 등을 방문해 러시아 정관계 인사들을 두루 만날 예정이다. 특히 크렘린 방문 때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외교담당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다.

친서에는 수교 30주년을 맞은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지속 의지, 양국 간 9개 핵심 협력 분야 사업 구상인 '9개 다리'(9-Bridge) 프로젝트를 통한 경제 협력 강화 기대, 남북한 간 평화 프로세스와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지지 당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크렘린궁에선 양국의 공통 관심사인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이른 시일 내에 성사시키기 위한 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우 특사는 또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이자 부총리로 한러 경제공동위 러측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리 트루트녜프와 만나 양국 경제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견해를 교환한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을 비롯한 러시아 외무부 인사들과는 내년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과 함께 나타날 여러 국제정세 변화를 고려한 북핵 등 외교·안보 협력 현안을 두루 논의할 계획이다.

뒤이어 미하일 무라슈코 현지 보건복지부 장관과 면담하고 코로나19 방역과 의료·보건 분야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타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 의장, 콘스탄틴 코사체프 상원 외교위원장 등 현지 의회 인사들과도 만나 양국 의회 채널을 통한 협력 강화 방안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 특사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엄중해 러시아 정부가 외빈들을 거의 맞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 주요 인사들이 한국 특사를 위해 시간을 내 준 것은 그만큼 양국이 서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우 특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2017-2019년 주러 한국 대사로 재직하면서 양국 관계 발전에 기여한 점이 고려돼 이번에 특사로 파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