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금융사 애쉬모어, 고위험 신흥국 역발상 투자 '역풍'

영국 억만장자 마크 쿰스가 이끄는 투자회사 애쉬모어 그룹이 신흥국 시장 투자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애쉬모어 그룹이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레바논에 대규모로 진행한 고위험 고수익 투자가 올해 모두 역풍을 맞았다. 이로 인해 한때 1천억달러(약 109조2천억원)에 달했던 애쉬모어의 운용자산은 9월 현재 855억달러(93조3천660억원)로 줄었다.

코네티컷주 퇴직연금이 5월에 7천300만달러를 빼가는 등 고객들의 자금 인출이 이어진 데다가 투자 손실도 잇달았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캐피털 IQ에 따르면 마크 쿰스 자신도 3억2천500만달러(3천549억원) 규모의 장부상 손실을 봤다. 쿰스는 1999년 애쉬모어를 설립하고서 투자 위험이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역발상 투자 철학으로 주로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 채권에 투자해왔다.

이들 국가의 채권 수익률이 미국이나 유럽을 능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런 그의 투자는 한동안 성과를 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자 신흥국 채권 수요가 커지면서 애쉬모어의 운용자산도 급속하게 불어났다.

하지만 신흥국조차 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익을 올리기가 점점 더 까다로운 상황을 맞았다.

이에 쿰스는 대규모 재정적자와 정치적 불안정으로 금리가 높은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에 투자를 늘렸고 이번에는 그의 역발상 투자가 실패했다. 애쉬모어는 내년 1월 기관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조정 시기에 추가로 자금 유출을 겪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쿰스는 지난 9월 애널리스트들과 통화에서 "절반이 될 수도, 10%가 될 수도 있다"며 거래를 중단할 기관투자자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