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문화결산] 얼어붙은 미술시장…경매 낙찰액 작년보다 29%↓

비엔날레·아트페어 줄취소…온라인 전시·거래로 돌파구 모색
2020년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미술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등 대형 행사가 대거 취소되거나 연기됐으며, 미술시장은 얼어붙었다.

미술계는 온라인 강화 등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국내외 비엔날레·아트페어 줄줄이 취소
세계 최대 건축 축제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은 내년 5월로 개막이 연기됐다. 이에 따라 내년 열릴 예정이던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미술전 개막은 후년 4월로 밀렸다.

이밖에 상파울루비엔날레, 다카르비엔날레, 로스앤젤레스비엔날레, 헬싱키비엔날레, 리버풀비엔날레, 자카르타비엔날레 등 세계 곳곳의 비엔날레가 미뤄졌다.

세계 최대 규모 아트페어인 스위스 아트바젤도 취소됐다.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홍콩 아트바젤도 올해 행사를 취소하면서 내년 3월에 행사를 열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이를 다시 내년 5월로 연기했다.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아트페어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런던과 뉴욕 프리즈도 올해 오프라인 행사를 열지 못했다.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최대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9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내년 2월로 연기됐다.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제주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부산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대전비엔날레,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등 일부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막을 올렸지만, 예년처럼 많은 관람객을 맞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었다.
◇ 미술시장 한파…대작 거래 실종·이우환 독주
최근 수년간 침체가 계속된 국내 미술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더 위축됐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올해 국내 경매시장 낙찰액은 11월까지 1천17억원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439억원보다 29.3% 줄었다.

2018년 같은 기간 1천814억원과 비교하면 43.9% 감소했다.

올해 1~11월 국내 오프라인 경매 규모는 7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천219억원 대비 34.9%, 2018년 같은 기간 1천630억원 대비 51.3% 급감했다.

반면에 온라인 경매 규모는 223억원으로 지난해 220억원 대비 1.4%, 2018년 183억원 대비 21.7% 증가했다.

경매시장에서 눈에 띄는 대형 거래도 사라졌다.

올해 국내 경매 최고가 작품은 9월 마이아트옥션 경매에서 20억원에 낙찰된 조선 궁중회화 요지연도였다.

작년에는 르네 마그리트의 '사이렌의 노래', 김환기의 붉은 전면점화 '무제'가 72억원대에 낙찰됐다.

침체된 시장에서 이우환이 독주했다.

11월까지 총 142점이 121억원에 낙찰돼 쿠사마 야요이, 김환기, 박서보, 김창열 등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낙찰총액 1위에 올랐다.

'이우환 전성시대'가 펼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서 위작으로 의심되는 작품이 거래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 온라인 전시·거래 활기…미술계에 거센 '스타 파워'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전시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미술계는 온라인에서 활로를 모색했다.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 등 주요 아트페어가 온라인으로 열렸고, 미술관과 갤러리들도 온라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늘렸다.

경매에는 온라인 실시간 응찰이 도입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온라인이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열린 전시 중에는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을 통해 박래현, 이승조가 재조명되고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도 눈길을 끌었다.

에이스트릭트와 팀랩 등 미디어아트 전시가 호응을 얻었다.

방탄소년단(BTS) RM이 관람한 전시가 화제가 되는 등 연예계의 영향력이 커졌다.

RM은 국립현대미술관에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조영남이 '그림 대작(代作) 사건' 이후 5년 만에 활동을 재개하는 등 스타들의 작품 활동도 활발하다.

전지현 소속사 문화창고는 팀랩 전시를 주최했다.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낸 조각가 최만린, 박주환 전 한국화랑협회장, 미술평론가 이구열, 서예가 이수덕 등이 별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