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문화결산] 간송 보물 불상 경매 출품돼 문화재계 파문

연등회 인류무형유산 등재…조선후기 국새·앙부일구 등 귀환
간송미술관이 지난 5월 소장 보물을 경매에 내놓으며 파문이 일었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품인 보물 284호 금동여래입상과 보물 285호 금동보살입상을 경매에 출품한다는 소식에 문화계와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간송미술관은 사업가 간송 전형필(1906∼1962)이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세운 우리나라 최초 사립미술관이다.

간송이 사재를 털어 모은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신윤복의 미인도, 국보 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대표 문화재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간송이 1962년 세상을 떠난 후 지난 2018년 별세한 간송 장남 전성우 전 간송미술문화재단 이사장에 이어 간송 손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이 수집품을 지켜왔다.

간송미술관은 보물 매각 결정의 이유로 재정난을 들었다.

미술관 측은 대중적인 전시와 문화 사업들을 병행하면서 재정적인 압박이 커졌으며, 전성우 전 이사장 별세로 추가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문화계에서는 간송미술관이 서울 신관, 대구 분관 건축 등을 추진하면서 자금난이 닥쳤고, 전 이사장 별세로 거액의 상속세가 부과돼 소장품을 팔게 됐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일각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사재를 털어 문화유산을 지킨 간송이 모은 보물을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가 기관이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두 보물은 결국 5월 27일 열린 경매에 각각 시작가 15억원에 나왔다. 간송미술관 소장 국가지정문화재가 공개적으로 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이어서 경매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결과적으로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6월 중순경 간송 측과 경매사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구입 의사를 타진했고, 7월 말 국립중앙박물관은 자체 예산으로 구입을 결정했다.
부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거행하는 불교 행사인 '연등회'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연등회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로부터 "국적, 인종, 종교, 장애의 경계를 넘어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며,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때 사회를 단합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문화다양성과 인류 창의성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우리 무형문화유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라왕족여성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주 쪽샘 44호분에서 호화 장신구와 바둑돌이 함께 출토됐고, 약 1천500년 전 비화가야 지배자 무덤으로 보이는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63호분에서는 금동관 등 다량의 장신구가 피장자에 부착됐던 상태대로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는 신라시대 금동신발 한 쌍이 발굴됐다.
해외로 반출됐던 문화재 귀환 소식도 잇따랐다.

조선 국왕의 존엄과 권위를 상징하는 조선 후기 국새 '대군주보'와 '효종어보'가 재미교포 이대수 씨로부터 기증받아 지난 2월 공개됐다.

이어 한국전쟁 직후 미국으로 유출됐던 강원도 속초 신흥사의 '영산회상도'가 정조 22년에 제작된 '시왕도' 3점과 함께 귀환했으며, 온전한 형태로는 전 세계 3점밖에 없는 고려시대 나전합(나전국화넝쿨무늬합)과 조선 과학기술의 정수인 '앙부일구'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전북 익산 미륵사지 출토 유물 2만3천여 점을 포함해 전북 서북부 문화재를 보관·전시할 국립익산박물관이 개관했고, 제작 지역과 가치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국보 제168호 '백자 동화매국문(銅畵梅菊文) 병'은 지정 46년 만에 국보 지위를 잃었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 대중화를 이끈 원로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이 3월 18일 향년 84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철저한 고증 작업을 바탕으로 일반인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역사를 서술해 역사학의 높은 장벽을 허물었다. 고인에게는 '국민훈장 무궁화장(1등급)'이 추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