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유승민 독대…'탄핵의 강' 건너 손 맞잡았나

17일 국회서 30분 면담…'탄핵 사과' 직후 만남 의미에 주목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탄핵 사과' 직후 야권의 유력 잠룡인 유승민 전 의원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유 전 의원의 여의도 복귀를 알린 '희망22' 토론회에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가 참석해준 데 대한 답례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와 시기적 측면을 고려하면 내년 재보선과 차기 대선을 두고 적어도 탐색 차원의 메시지 교환이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 17일 국회 비대위원장실에서 배석자 없이 30여분간 대화를 나눴다. 선거 준비 등 당내 현안이 화제였으며, 회동 후 양측 모두 흡족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과 가까운 한 당내 인사는 회동에 대해 "토론회 행사 후 정기국회와 코로나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와 장소를 고민해오다 성사됐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적어도 가까운 사이는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김 위원장이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잠시 한배를 탔던 시기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접점은 없다.

2017년 대선에서 김 위원장은 유 전 의원의 경쟁상대였던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

21대 총선에선 유 전 의원이 당시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김 위원장의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공약을 정면 비판했고, 당시 일로 앙금이 남아있다는 뒷이야기도 전해진다. 한 번의 단독 만남으로 둘 사이 감정적 거리감을 단숨에 좁혀냈다고 단정하긴 어렵지만, 엇비슷한 정치, 정책 노선과 지향점을 고리로 교감을 모색하는 계기 정도는 됐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관계는 곧잘 오월동주로 표현된다.

사이가 좋지 않지만 필요에 따라 한 배를 타고 서로 도와야 하는 처지란 얘기다.

'선당후사' 정신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를 털어내고 당내 유력 주자로서 입지를 다져야 하는 유 전 의원 입장에선 그 마지막 계기가 될지 모를 재보선에서 핵심 역할을 하려면 '선장' 격인 김 위원장의 도움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에게 유 전 의원의 영향력은 비대위의 당내 기반 다지기와 인재 수혈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 전 의원은 21대 원내에도 자기 세력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또한 이들 중 다수가 김 위원장의 중도 개혁노선을 지지하면서 비대위에 대한 지지 내지 우호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경기권 유일 3선인 유의동·서울 초선 김웅 의원과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정치 플랫폼 까페 '하우스'를 운영하는 오신환 전 의원이 해당 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