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기업…우리 삶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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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우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책 '빅니스'로 역설
근래 들어 기업 집중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뚜렷해졌다. 농업, 금융, 제약업계 등 전반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통합과 합병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집중된 독과점이 온 세상을 지배한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쥐락펴락한다. 이를테면 '거대함의 저주'다.
예컨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술 플랫폼 기업은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들은 모든 것에 대한 총괄적 정보를 그 누구보다 더 많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우리 일상을 지배할 만큼 독보적 입지가 탄탄해졌다.
안경 산업을 들여다보자. 사람들은 고급 안경과 선글라스 판매를 매우 경쟁적인 비즈니스로 여길지 모른다.
대형 안경류 매장에 가면 아르마니, 레이밴, 티파니, 버버리 같은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이 줄줄이 진열돼 있어서다. 이들 안경 중 일부는 수익률이 원가의 5천%를 넘는다.
하지만 세계적 기업인 룩소티카가 다수의 브랜드나 독점 특허권, 그리고 소매점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룩소티카는 주요 글로벌 경쟁사들을 인수·합병함으로써 세계의 명품 브랜드 안경과 선글라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대학원의 팀 우 교수는 신간 '빅니스(The Curse of Bigness)'를 통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적으로 진행된 독점과 과점, 그리고 반독점의 역사를 돌아보며 불평등한 경제구조가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비교 분석한다.
책은 거대 기업이 어떻게 생겨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거나 방해하는지, 그 폐해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키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 사례와 객관적 사실을 통해 일러준다.
제목 '빅니스'를 우리말로 옮기면 '거대함의 저주'라고 할 수 있다.
기업집중 현상으로 사적 경제 권력이 비대해졌고 이는 저주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수치상으로 보는 양극화와 빈부 격차는 참혹하다 싶을 정도다.
현재 세계 상위 1%는 전 세계 부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특히 강세를 나타내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으로, 1970년대까지 비교적 공평하게 이뤄지던 소득 창출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미국의 경우 상위 1%가 국민소득의 23.8%를 벌어들이고, 국부의 38.6%를 통제·지배한다.
경제의 기업 집중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소수의 거대 기업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다시피 장악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미국에서 100개 회사의 평균 시가총액은 하위 2천 개 회사의 그것보다 무려 7천 배가 더 컸다.
1995년만 해도 31배 더 컸을 뿐이었다.
한때 개방적이고 상호 경쟁하던 기술산업계 기업들도 이제는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소수의 거대 기업으로 집중화했다.
그렇다면 부의 독점과 사회적 양극화는 지난 100년 가까이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저자는 1930년대의 독일과 일본이 어떻게 파시즘과 군국주의로 치달았는지부터 주목한다.
당시 세계 주요국들은 자국의 독점기업과 국가 대표급 기업을 육성했는데, 이는 결국 경제 붕괴와 세계대전으로 이어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유럽의 질서자유주의와 영미권의 반독점 전통이 지배하는 듯했지만, 1990년 이후 미국을 시작으로 반독점 전통이 급격히 약화한다.
빅니스의 도래다.
이는 1980년대 들어 기승을 부린 신자유주의를 방임한 탓이 컸다.
이에 따라 부자와 빈자의 틈이 크게 벌어지고, 억만장자들은 자기만의 영역에서 별도로 살아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990년대에 출현한 '세계화'는 무역 장벽을 없애고 전 지구적 공급 체계를 가동시킴으로써 부가 모든 이에게 골고루 돌아가리라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 공급자, 생산자 등 모든 이의 부를 빼앗아가는 독점 계급을 양산했다.
그 결과 엄청난 부와 권력의 사적 집중 현상이 일어났고, 이는 전 세계의 정치를 변형시키고 과격화시켰다.
책은 이런 극단적 형태가 1930년대에 발생했던 위험한 움직임과 흡사하다고 경고한다.
경제 독재를 계속 허용하면 결국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며 정치 독재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지금 전 세계의 민주주의가 시민들에게 더 나은 대답을 내놓지 못할 경우 절멸하고 말 것"이라며 거대함의 저주에 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해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합병 기준을 까다롭게 만드는 등 국가가 엄격하게 통제하고 국가 간 새로운 형태의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영국과 같은 시장조사법을 채택하고, 일련의 기업 해체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독점 수익을 어떻게 재분배할지 깊이 고민하자고 덧붙인다.
역자 조은경 씨 또한 '옮긴이의 말'을 통해 "우리도 1997년 외환위기 때 신자유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거대 세력에 의해 처절하게 초토화됐던 적이 있다"며 "역설적이게도 국가부도 사태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희생과 인내를 감내한 국민 대다수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양극화', '노동 유연화'로 인한 비정규직의 탄생은 신자유주의 이념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불공정을 향한 불만과 냉소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자본주의는 우리를 집어삼켜버리고 민주주의도 끝장날지 모른다고 경계한다. 소소의책. 220쪽. 1만6천원. /연합뉴스
근래 들어 기업 집중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뚜렷해졌다. 농업, 금융, 제약업계 등 전반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통합과 합병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집중된 독과점이 온 세상을 지배한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쥐락펴락한다. 이를테면 '거대함의 저주'다.
예컨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술 플랫폼 기업은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들은 모든 것에 대한 총괄적 정보를 그 누구보다 더 많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우리 일상을 지배할 만큼 독보적 입지가 탄탄해졌다.
안경 산업을 들여다보자. 사람들은 고급 안경과 선글라스 판매를 매우 경쟁적인 비즈니스로 여길지 모른다.
대형 안경류 매장에 가면 아르마니, 레이밴, 티파니, 버버리 같은 다양한 브랜드의 상품이 줄줄이 진열돼 있어서다. 이들 안경 중 일부는 수익률이 원가의 5천%를 넘는다.
하지만 세계적 기업인 룩소티카가 다수의 브랜드나 독점 특허권, 그리고 소매점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룩소티카는 주요 글로벌 경쟁사들을 인수·합병함으로써 세계의 명품 브랜드 안경과 선글라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대학원의 팀 우 교수는 신간 '빅니스(The Curse of Bigness)'를 통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적으로 진행된 독점과 과점, 그리고 반독점의 역사를 돌아보며 불평등한 경제구조가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비교 분석한다.
책은 거대 기업이 어떻게 생겨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거나 방해하는지, 그 폐해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키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 사례와 객관적 사실을 통해 일러준다.
제목 '빅니스'를 우리말로 옮기면 '거대함의 저주'라고 할 수 있다.
기업집중 현상으로 사적 경제 권력이 비대해졌고 이는 저주와 같은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수치상으로 보는 양극화와 빈부 격차는 참혹하다 싶을 정도다.
현재 세계 상위 1%는 전 세계 부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특히 강세를 나타내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으로, 1970년대까지 비교적 공평하게 이뤄지던 소득 창출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미국의 경우 상위 1%가 국민소득의 23.8%를 벌어들이고, 국부의 38.6%를 통제·지배한다.
경제의 기업 집중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소수의 거대 기업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다시피 장악하고 있다.
2015년의 경우 미국에서 100개 회사의 평균 시가총액은 하위 2천 개 회사의 그것보다 무려 7천 배가 더 컸다.
1995년만 해도 31배 더 컸을 뿐이었다.
한때 개방적이고 상호 경쟁하던 기술산업계 기업들도 이제는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소수의 거대 기업으로 집중화했다.
그렇다면 부의 독점과 사회적 양극화는 지난 100년 가까이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저자는 1930년대의 독일과 일본이 어떻게 파시즘과 군국주의로 치달았는지부터 주목한다.
당시 세계 주요국들은 자국의 독점기업과 국가 대표급 기업을 육성했는데, 이는 결국 경제 붕괴와 세계대전으로 이어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유럽의 질서자유주의와 영미권의 반독점 전통이 지배하는 듯했지만, 1990년 이후 미국을 시작으로 반독점 전통이 급격히 약화한다.
빅니스의 도래다.
이는 1980년대 들어 기승을 부린 신자유주의를 방임한 탓이 컸다.
이에 따라 부자와 빈자의 틈이 크게 벌어지고, 억만장자들은 자기만의 영역에서 별도로 살아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990년대에 출현한 '세계화'는 무역 장벽을 없애고 전 지구적 공급 체계를 가동시킴으로써 부가 모든 이에게 골고루 돌아가리라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 공급자, 생산자 등 모든 이의 부를 빼앗아가는 독점 계급을 양산했다.
그 결과 엄청난 부와 권력의 사적 집중 현상이 일어났고, 이는 전 세계의 정치를 변형시키고 과격화시켰다.
책은 이런 극단적 형태가 1930년대에 발생했던 위험한 움직임과 흡사하다고 경고한다.
경제 독재를 계속 허용하면 결국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며 정치 독재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지금 전 세계의 민주주의가 시민들에게 더 나은 대답을 내놓지 못할 경우 절멸하고 말 것"이라며 거대함의 저주에 맞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해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합병 기준을 까다롭게 만드는 등 국가가 엄격하게 통제하고 국가 간 새로운 형태의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영국과 같은 시장조사법을 채택하고, 일련의 기업 해체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독점 수익을 어떻게 재분배할지 깊이 고민하자고 덧붙인다.
역자 조은경 씨 또한 '옮긴이의 말'을 통해 "우리도 1997년 외환위기 때 신자유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거대 세력에 의해 처절하게 초토화됐던 적이 있다"며 "역설적이게도 국가부도 사태를 온몸으로 막아내고 희생과 인내를 감내한 국민 대다수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양극화', '노동 유연화'로 인한 비정규직의 탄생은 신자유주의 이념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불공정을 향한 불만과 냉소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자본주의는 우리를 집어삼켜버리고 민주주의도 끝장날지 모른다고 경계한다. 소소의책. 220쪽. 1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