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측근 김여정·조용원 전면에…당대회 집행부 ¾ '물갈이'(종합)

당대표 구성서 軍 줄고 행정·현장당원 비중 늘어…"경제관료 전진배치 예상돼"
북한의 제8차 노동당 대회를 이끄는 집행부가 5년 만에 대거 물갈이됐다. 2016년 7차와 올해 8차 당대회 집행부 구성을 비교해보면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39명 총원은 그대로지만, 구성원 가운데 29명(74.4%)이 교체됐다.

자리를 지킨 것은 김 위원장과 최룡해·리병철·김덕훈·박봉주·리일환·김영철·최부일·오수용·최상건 등 핵심인사 10명에 그쳤다.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집행부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모두 정치국 후보위원이다.

집행부에 새로 진입한 인물 면면을 보면 세대교체와 함께 김정은 정권의 성과 위주 승진 인사를 통해 발탁된 경우가 눈에 띈다.

박정천 군 총참모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임 하에 지난해 5월 차수 계급장을 달았고, 10월에는 태풍 피해복구 과정에서 군이 큰 역할을 한 것을 인정받아 초고속으로 원수 칭호까지 부여받은 인물이다. 박정남 강원도당위원장은 김정은 정권이 추진 중인 지방 자립체제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김 위원장이 '강원도 정신'이라는 말을 만들 정도로 강원도에 애정을 가진 데다가 박정남 위원장이 지역전문가로 활약하면서 2019년에는 도당위원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수행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김덕훈 내각 총리와 박봉주 당 부위원장, 김일철 등 부총리 전원과 최상건 당 과학교육부장 등 경제·과학교육부문 관료들도 대거 포진했다. 조춘룡 제2경제위원장은 2016년에는 집행부 일원이었지만 이번에는 제외됐다.

제2경제위원회는 군수경제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5년 전과 달리 강윤석 중앙재판소장과 김명길 중앙검찰소장 등 사법기관 인사들도 집행부에 포함됐다.

경제난 속에 민심 이반이 우려되면서 규율을 강화하고 사회기강을 다잡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열고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을 의결한 바 있다.
전국 각 조직의 당대표자 구성에도 변화가 뚜렷했다.

군인 대표는 7차 때 719명에서 이번에는 408명으로 거의 반 토막 났지만, 행정경제부문 대표는 423명에서 801명으로 배로 늘었다.

당·정치부문 대표는 1천545명에서 1천959명으로, 현장에서 일하는 핵심당원 대표는 786명에서 1천455명으로 증가했다.

지난번 당대회 대표자에 포함됐던 항일혁명 투사와 비전향장기수는 이번에는 빠졌다.

당대표자 구성에는 군인보다 행정·경제관료를 중시하며 이번 대회를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으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읽힌다.

또 현장에서 일하는 핵심당원 대표의 수를 당·정치 일군 대표자에 버금가게 선발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바닥 민심을 다독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앞서 개회사에서도 최근 4개월간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조직·파견해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농민, 지식인 당원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당대회에서 경제관료들이 약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이번 당대회에서) 경제 테크노크라트(관료)의 전진 배치가 예상된다"며 "당대회 결정 관철이라는 관점에서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