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지적장애인 체불임금에도 10년 채권소멸시효 합헌"

지적장애인의 체불 임금에도 민법상 10년의 채권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부당이득반환 청구 시효를 규정한 민법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민법 162조는 채권의 소멸시효를 10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지적장애 2급인 A씨 등은 2002년 무렵부터 2016년 10월까지 B씨의 회사에서 주 6일 하루 10시간씩 일을 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했다.

B씨는 2017년 8월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A씨 등은 2018년 1월 못 받은 임금을 받기 위해 B씨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10년의 채권소멸시효 기간이 지나 임금을 받을 수 없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이 장애인 학대에 관한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도 입법자에게 부여된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10년이 지나면 채권소멸시효가 완성되도록 함으로써 민사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채권소멸시효의 기산점과 기간을 얼마로 할지는 채권의 성질과 발생원인 등을 고려해 입법의 재량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선애 재판관은 "지적장애인은 근로조건에 대해 제대로 협의하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형성된 근로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할 때 소멸시효를 10년보다 장기화하는 입법적 개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보충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