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실험 신약 도나네맙, 치매 진행 지연시켜"

알츠하이머 치매 실험 신약 도나네맙(donanemab)이 치매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2상 임상시험에서 밝혀졌다고 이 신약을 개발한 미국 일라이 릴리(Eli Lilly) 제약회사가 발표했다.

일라이 릴리 사는 또 이 실험 신약이 치매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뇌 신경세포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소멸시켰다고 밝힌 것으로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이 11일 보도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신경세포와 신경세포 사이 공간에 있는 표면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신경세포 안에 있는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응집(plaque)되거나 엉키면서(tangle) 신경세포를 죽이는 독성 단백질로 변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상 임상시험은 뇌 촬영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상당히 많이 발견되고 증상이 가볍거나 중등도(moderate)인 치매 환자 272명을 대상으로 2년에 걸쳐 진행됐다.

이들 중 일부에게는 4주에 한 번씩 도나네맙이 주사로 투여되고 나머지에는 위약이 투여됐다. 그 결과 도나네맙 그룹은 사고력,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 치매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위약이 투여된 대조군보다 32%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라이 릴리 사의 최고 연구개발 책임자(chief scientific officer)인 다니엘 스코브론스키 박사가 밝혔다.

또 도나네맙 그룹은 6~12개월에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사라지고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스코브론스키 박사는 그러나 더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2상 임상시험 결과는 앞으로 학술회의와 의학 전문지를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부작용은 뇌세포 내외에 과도하게 액체가 축적되는 뇌부종으로 도나네맙이 투여된 환자의 약 30%에게서 나타났다.

나머지 환자들은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다. 일라이 릴리 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다른 나라의 의약품 규제기관들과 도나네맙을 치매 환자에게 투여하는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스코브론스키 박사는 밝혔다.

임상시험 자료는 관심을 끌 만한 내용이지만 FDA 등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의 알츠하이머병 전문의인 마이클 웨이너 박사는 "대단한 뉴스"지만 참가 환자 수가 적은 2상 임상시험인 만큼 3상 임상시험에서 결과가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도나네맙 임상시험은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치매의 주범이라는 이른바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amyloid hypothesis)의 진위를 가리는 시험이기도 하다.

이 가설이 옳다면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형성을 막거나 제거하면 치매가 예방되거나 완치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들이 개발됐지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많은 전문가들이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