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성착취물 논란 '알페스' 현행법으로 처벌 가능할까?

'성착취물' 분류시 읽은 사람도 처벌 가능…'글 제외' 등 현행법 한계도
일각에서 '제2의 n번방' 사태로까지 불리는 '알페스' 논란과 관련해 정부가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현행법으로 처벌할 여지가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알페스는 '리얼 퍼슨 슬래시'(Real Person Slash)의 약자인 'RPS'를 의미하는 말로, 실존 인물의 성행위나 애정 관계 등을 상상해 꾸며낸 2차 창작물이나 이를 제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알페스에는 미성년 남성 아이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미성년 성 착취 범죄'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여가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알페스 제작자나 알페스를 구독 또는 공유한 사람 등을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련된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아직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성범죄 관련 현행법 규정에 직접적으로 위배되는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알페스가 글을 주된 도구로 삼고 있다면 아동이나 청소년 등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처벌하는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으로는 처벌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청법에서 규정하는 성 착취물은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여서 글은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촬영물·영상물 등으로만 범죄물을 규정하고 있어 아청법과 같은 '구멍'을 안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아청법의 성 착취물 정의에 글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 성 착취물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이나 그림이 있다면 내용을 봐서 (아청법 처벌 대상에) 포함될 여지는 있다"면서 "이 때문에 처벌 여부는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등을 통해 범죄가 확정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소설 주인공에 배우 이름을 쓴 것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또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알페스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으로 올라온 청원은 응답 요건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정부가 조만간 답변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알페스가 성 착취물로 분류될 경우 기존에 제작, 유포, 구독 등의 행위를 한 사람들은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여가부 관계자는 "판매·배포·제공뿐 아니라 시청 행위까지 모두 아청법에 규정돼 있어서 성 착취물로 인정되면 고의성 여부를 불문하고 처벌의 여지는 당연히 있다"면서 "성범죄 관련 법이 아니어도 명예훼손 등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알페스가 촉발한 미성년 대상 위법 논란과 별개로 온라인상의 극단주의적 성 대결이나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알페스나 이전에 논란이 됐던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 성희롱 논란, 여성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웹소설·웹툰·딥페이크(이미지 합성 영상) 등은 표현 형태나 방법은 달라도 남녀갈등과 표현의 자유 수위와 같은 공통의 화두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인 김종회 전 경희대 교수는 "법규상 따져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면서 사회적 도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이미 사회에 깊이 들어온 문제이기 때문에 차라리 공론화해서 사회적, 도덕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 보편적인 컨센서스(합의)를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