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나스닥 상장 수혜주?…골판지 업체까지 '들썩'

온라인쇼핑몰 쿠팡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가시화했다는 소식에 국내 증시에서도 이른바 '쿠팡 관련주'가 들썩였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쿠팡과 물류 전담 운송사 계약을 맺은 운송 물류업체 동방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연속 상한가로 마감했다. 지난 11일 쿠팡이 최근 나스닥 상장예비심사에 통과했고 이르면 3월 중 상장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쿠팡의 택배 물량이 늘면 골판지 수요가 증가한다는 전망에 쿠팡과 직접 관련은 없는 골판지 업체 주가도 올랐다.

대영포장은 12일에 22.19% 급등했고 영풍제지는 12∼13일에 7∼8%대 상승률을 보였다. 쿠팡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쿠팡플레이'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은 업체들도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KT의 콘텐츠 유통회사 KTH는 11일에 24.54% 급등한 데 이어 12일 상한가로 마감했다.

쇼박스는 13일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쿠팡의 경쟁사 격인 국내 대형 유통업체 주가도 덩달아 상승세를 보였다.

이마트는 12일 장중에 19만1천500원까지 올라 2019년 1월 31일(장중 고가 19만4천500원) 이후 약 2년 만에 장중 19만원을 돌파했다.

롯데쇼핑 주가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악화하기 전인 작년 2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12만원대 진입했다.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하면 온라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국내 유통업체도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시장 지배력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할인이 필요해도 현재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시장 컨센서스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최근 나스닥 상장 관련 보도에 쿠팡 측은 "적절한 때가 되면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며 구체적인 상장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쿠팡의 나스닥 상장 임박을 기정사실로 하며 기업가치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쿠팡의 기업가치를 30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하며 IPO 시기를 올해 2분기로 예상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 기업가치를 300억달러로 보면 2003년 아마존이 흑자 전환할 때 주가매출비율(PSR)의 3.95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수수료 수익 증가, 물동량 증가에 따른 택배 단가 하락, 소매시장 내 점유율 확대 등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 부담은 없다"고 덧붙였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쿠팡은 직매입과 자체 배송 인력을 이용한 빠른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내세워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 판도를 바꿔놓았다.

해마다 40∼60%에 이르는 고속 성장을 이어왔으며 2019년 매출은 7조1천530억원에 이른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에 적자 규모도 매년 수천억원대를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