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실' 알린 故 정형달 신부 장례미사 엄수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데 앞장선 정형달 바오로 신부의 장례미사가 18일 엄수됐다.

이날 광주 서구 염주동성당에서 열린 정 신부의 장례미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교구 사제와 유가족 등만 참석했다. 일반 신도들을 위해 광주가톨릭평화방송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생중계됐다.

정 신부의 인자한 미소가 담긴 대형 영정 사진과 관이 성당으로 입당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례미사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김희중 대주교는 "고인과 함께했던 시간이 생생한데 여기에 말없이 누워 계시니 황망하다"며 "생전의 모습을 볼 수 없으리라 생각하니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후배 신부들에게 연차와 상관없이 격의 없게 대해주고 각별히 챙겨주셨다"며 "자기 삶의 가치를 아름답게 남기고자 노력하고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셨다"고 기억했다.

아울러 "고인이 물려준 가르침과 활동을 귀한 재산으로 생각하고 유지를 이어받겠다"며 "이상적인 사제 상을 향해 후배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채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신부와 동기인 제주교구 김창훈 신부 역시 "정 신부는 유별하게 열정적인 정의감을 가진 사람이었다"며 "그의 모범적인 삶은 동기생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지난 16일 오후 지병으로 별세했다.
그는 1943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1969년 사제품을 받았다.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과 해남본당, 용당동본당, 옥암동본당 주임신부 등을 지냈고, 2011년 은퇴했다. 정 신부는 계엄군의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도 1980년 6월 광주대교구 사제단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알리고자 낸 '광주사태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직접 작성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5·18의 원인이 계엄군의 무자비한 탄압'이라는 사실을 밝힌 이 성명은 전국 모든 천주교구에 전달돼 5·18의 진실을 알리는 자료가 됐다.

그는 이 일로 당국에 연행돼 심한 고초를 겪었으나 이후로도 5·18 관련 구속자 석방 등을 위해 노력했다.

1985년 교구 정평위원장 때에는 5·18 관련 천주교회의 활동을 책으로 엮은 '광주의거자료집'을 펴내기도 했다. 고인은 장례미사를 마지막으로 전남 담양군 천주교 공원묘지에 영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