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턱밑까지 닥친 돼지열병…"야생 멧돼지 퇴치 비상"

작년 멧돼지 절반 솎아냈다지만 포획량 크게 줄지 않아
강원 접경서 ASF 바이러스 검출…위험주의보 속 속앓이

"개체수가 줄었긴 했는데, 눈 온 뒤 나가보면 야생 멧돼지 발자국 천지에요"
충북지역에서는 2019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6개월간 1만6천여마리의 멧돼지가 포획됐지만, 엽사들이 바라보는 시각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도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예방 차원에서 서식 추정 멧돼지의 절반을 이 기간에 솎아냈다고 하지만 ASF 매개체로 꼽히는 멧돼지는 여전히 많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24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강원도 영월군 일원의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시종 지사는 이 지역과 인접한 북부권에 '위험주의보'를 내린 데 이어 멧돼지 개체수를 더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부도 ㎢당 4.1마리 수준의 멧돼지 서식 밀도를 2마리 수준으로 끌어내리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포획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도내 곳곳에서 포획되는 멧돼지 수는 여전히 많다. 옥천군의 경우 2019년 462마리, 지난해 894마리를 잡았다.

그런데도 이달 들어 1∼20일 63마리의 멧돼지가 포획됐다.

예년과 비교할 때 작지 않은 규모이다. 이 지역의 한 엽사는 "멧돼지 개체수가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밭이나 분묘를 파헤쳐놨다는 신고는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은 멧돼지 번식기이다.

4∼5월 암컷 1마리당 적게는 4마리, 많게는 10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는다.

멧돼지 개체수 조절을 위해서는 겨울철이 포획 적기이다.

성체 1마리를 잡으면 그만큼 새끼 수가 줄어든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엽사를 활용한 포획에는 한계가 있다.

충북도는 새해 들어 멧돼지 상설 포획단을 확대했는데, 기존 400명에서 20명 더 늘리는 데 그쳤다.

도 관계자는 "포획단 규모를 무한정 확대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엽사가 포획단에 소속돼 활동하는 상황에서 더 늘리기에는 한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 지방자치단체는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을 띄워 멧돼지 등 유해동물 개체수를 파악해 보려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화면에 붉은 점이 표시돼도 어떤 동물인지 분간할 수 없고 설령 멧돼지라고 확신이 들어도 하루 행동권이 최대 2㎢를 웃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다.

멧돼지를 지금보다 더 많이 잡으려면 기존 총포 포획 말고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그러나 묘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충북도 관계자는 "약물을 쓰는 방법이 있겠지만 오소리 등 다른 동물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드론으로 서식지 주변을 수색할 수는 있지만 효과가 의문시된다"며 "포획을 확대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