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김종철 대표, 장혜영 성추행…전격 사퇴(종합2보)

열흘 전 사건 발생, 혐의 인정…정의당, 대국민 사과
장혜영 "정치적 동지에게 인간존엄 훼손당해…충격과 고통"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25일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당 대표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주요 기성 정당에서 당대표가 성비위로 사퇴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당원과 국민 여러분에게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리게 됐다"며 "지난 1월 15일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고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이라고 밝혔다.


배 부대표는 "김 대표가 지난 15일 저녁 여의도에서 장 의원과 당무 면담을 위해 식사 자리를 가진 뒤 나오는 길에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장 의원은 고심 끝에 18일 젠더인권본부장인 저에게 해당 사건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여러 차례 피해자, 가해자와의 면담을 통해 조사를 진행했고 가해자인 김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다"며 "이 사건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장 의원은 성명을 내고 "함께 젠더폭력근절을 외쳐왔던 정치적 동지이자 마음 깊이 신뢰하던 우리 당의 대표로부터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충격과 고통은 실로 컸다"며 "이 문제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고자 한다.

그렇게 정치라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회견에 앞서 대표단 회의를 열고 당 징계 절차인 중앙당기위원회 제소를 결정하고 당규에 따라 김 대표를 직위해제했다.

김윤기 부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으로 결정됐다.

김 부대표는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조직문화를 점검해 개선 대택을 마련하겠다"며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부여된 당무를 당헌·당규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장 의원은 형사상 고소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탈당 여부와 관련해 당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 부대표는 "정의당은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이 사건을 해결할 것"이라며 "피해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일상의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하면서, 가해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가장 높은 수위로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

또 "피해자 책임론, 가해자 동정론 같은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2차 피해 발생 시에는 엄격한 책임을 묻고 징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제도권 정당 가운데 대표적인 진보 정당인데다 성평등 이슈에 가장 목소리를 높여온 터라 당 전체가 충격을 가누지 못한 채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일각에서는 당이 '발전적 해체'에 가까운 수준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의당은 26일 대표단회의를 열기로 하고 내부 여론 수렴 및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내부 의견수렴과 대표단 회의를 거쳐 수습 방향을 정한 뒤 27일 시도당 연석회의, 30일 전국위원회 등에서 당원들의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안은 없다.

부대표들이 안을 가져오면 대표단회의에서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궐 선거 중단 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부분까지 포함해 논의할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변화는 없지만, 상황이 너무 엄중하고 전체적으로 다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