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교육 위해 100억 기부한 김용호 대표 "학생들 앞길에 자그마한 마중물 되길"

주방용품 제조회사인 삼광물산의 김용호 대표(69·왼쪽)가 저소득층의 학업 지원에 써달라며 지난 25일 한국장학재단에 100억원을 기부했다. 단체가 아닌 개인이 한국장학재단에 사재 100억원을 출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장학재단 역대 최고액 기부자가 된 김 대표는 큰돈을 사회에 환원한 배경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부금이) 공부를 잘하는 학생보다는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자녀 등 생활 형편이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며 “작은 부분이지만 그런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길에 조그마한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김 대표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신문을 배달하며 스스로 학비를 벌었다고 한다. 30대에 사업을 일군 뒤 본격적인 기부에 나섰다. 처음엔 구호단체에 몇십만원 단위로 기부를 시작했다. 이후 파주 지역 고등학생들에게 수십 년 동안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기부처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그러다 올해부터 모든 고등학생에 대한 무상교육이 시작되면서 다른 기부처를 물색하던 중 한국장학재단의 문을 두드렸다.

김 대표는 “기부를 생활화하고 습관화하면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조그마한 소액 기부가 고액 기부로 변하는 것을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기부를 위해 그는 본인 명의로 된 부동산을 모두 처분했다. 현재 사는 집은 부인 명의로 된 부동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방용품을 만드는 김 대표의 사업도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이뤄진 결정이었다.“사람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갑니다. 무언가를 쥐고 있으려면 어깨가 무거워지죠. 짐을 내려놓으니까 시원합니다.”

한국장학재단은 김 대표의 신조인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를 딴 ‘푸른등대 공수(空手) 김용호 기부장학금’을 신설해 매년 저소득층 가정 자녀의 학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