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 "면역 T세포, 변이 신종 코로나도 공략할 수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 외 영역서 항원 결정기 수십 개 확인
영국형 변이, 스파이크 항원 결정기 8%만 변화
인체 면역계의 T세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공격할 때 필요한 항원 결정기(epitopes)가 스파이크 단백질 외 영역에도 많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변이한 신종 코로나가 침입하더라도 면역계가 이를 알아보고 공격할 수 있는 잠재적 도구를 갖췄다는 의미다.

백신과 치료제 연구가 집중되고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 외에도 신종 코로나를 공략하는 취약 지점이 여럿 존재한다는 뜻도 된다.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 과학자들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27일(현지 시각) 저널 '셀 리포트 메디신(Cell Report Medicine)'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T세포 반응을 이전의 어떤 연구보다 더 상세히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입자의 어떤 단백질이 '도움 CD4+ T세포(helper CD4+ T cells)'와 '살해 CD8+ T세포(killer CD8+ T cells)'로부터 강한 면역 반응을 끌어내는지를 일일이 확인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알레산드로 세테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어떤 부분을 면역계가 알아보는지에 대해 상세한 지식을 갖추게 됐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면역계는 유전 형질의 무작위 재혼합(re-scrambling)을 통해 병원체의 여러 항원 결정기에 폭넓게 반응하는 T세포를 만들어 낸다.

T세포는 특정 항원 결정기에 더 강하게 반응하기도 하는데 이를 '면역 우세(immunodominant)'라고 한다.

LJI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한 환자 100명의 T세포를 분리했다. 그런 다음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해 T세포가 실제로 인지하는 항원 결정기와 잠정적으로 알아보는 항원 결정기를 따로 분류했다.

그 결과 T세포가 알아보고 강한 반응을 보이는 신종 코로나의 항원 결정기는 수십 개에 달했다.

이런 '면역 우세' 항원 결정기 수는 피험자에 따라 제각각이었지만, 평균적으로 CD8+ T세포가 17개였고, CD4+ T세포는 19개였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T세포의 면역 반응이 이렇게 폭넓게 나타나는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먼저, 면역 반응이 강하던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항원 결정기가 '도움 CD4+ T세포'로부터 활발한 반응을 유도하는 데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CD4+ T세포로부터 강한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면 신종 코로나를 신속히 제거하는 중화 면역 반응이 지체된다.

그런데 항원 결정기가 폭넓게 존재하기 때문에 수용체 결합 도메인인 스파이크 단백질 외 영역의 항원 결정기를 인지하는 면역세포를 대부분의 사람이 갖고 있다고 한다.
새로 발견된 항원 결정기 중 일부가 스파이크 단백질에 속해 있다는 것도 좋은 소식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 결정기에 돌연변이가 생기더라도 다른 결정기를 표적으로 삼아 감염에 맞서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세계 70개국에 퍼진 것으로 전해진 영국발 변이 신종 코로나(SARS-CoV-2 VUI 202012/01)의 경우 돌연변이의 영향을 받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항원 결정기는 8%에 불과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는 항원 결정기의 92%는 T세포가 알아보는 상태로 남아 있어, 변이에 따른 면역 반응 손상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