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너무 좋았나'…인터넷 업계, 이익공유제 의식 '표정 관리'

네이버·카카오, 코로나 수혜에 작년 수익 폭증…이익공유제 대상 물망에 노심초사
인터넷 업계가 사상 최대 규모의 호실적에도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코로나 상황에서 급증한 이익이 최근 여권이 들고나온 '이익공유제' 논의가 탄력받는 계기가 될까 봐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 5조3천41억원, 영업이익 1조2천153억원을 올리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영업익은 2017년 이후 3년 만에 1조원을 넘겼고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23%에 달했다.2월 9일 실적을 발표하는 카카오도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카카오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조원 넘게 늘어 4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은 두 배 넘게 증가한 4천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면서 사회 전반이 빠르게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국내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한 네이버·카카오가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양상이다.그런데 이들이 '코로나 수혜자'의 위치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는 여러 경로로 감지된다.

일례로,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28일 실적발표 후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의 모두발언에서만 중소상공인(Small and Medium Enterprise)을 뜻하는 'SME'라는 단어를 총 23번 언급했다.

자사 쇼핑몰인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들을 위한 상생 노력을 강조하기 위해서다.주로 기술과 성과, 투자 계획 등에 방점을 찍었던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익공유제를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심화한 'K자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최근 여권이 들고나온 이익공유제는 팬데믹 상황으로 수혜를 많이 본 플랫폼 기업이 주된 적용 대상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은 얼마 전 네이버·카카오 등 업체를 불러 간담회를 열려고 했다.

그러나 자칫 '기업 팔 비틀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걸림돌이다.

이에 간담회 개최도 불발됐다.

그런데 때마침 기업 실적 발표철이 닥쳤고, 인터넷 플랫폼 기업으로선 코로나 시기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익이 자칫 이익공유제 도입의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네이버의 여러 사업 가운데 쇼핑과 중개 수수료 등이 포함된 커머스 부문의 작년 매출은 1조897억원으로, 2019년보다 37.6% 늘었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장 산업인 인터넷 산업에서 최대 실적 행진은 사실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공교로운 시기에 실적 발표가 이뤄지면서 네이버나 카카오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