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알뜰폰…대기업 쏠림 심화에 중소업체 속앓이

알뜰폰 번호이동 건수 사상 최대지만 통신3사 자회사만 성장
최근 자급제폰 인기에 힘입어 알뜰폰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지만, 통신3사 자회사 쏠림 현상이 심화해 중소 알뜰폰 업체들의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다. 4일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알뜰폰 전체 번호이동 건수가 14만8천건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한 해 월평균 번호이동 건수가 9만9천400여 건이던 것과 비교하면 약 50% 증가한 것이다.

통신3사를 포함한 이동통신시장 전체 번호이동에서도 알뜰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2월 31.2%로 처음 30%를 넘어섰고, 1월에는 34.5%로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 애플 아이폰12 출시 이후 통신사를 거치지 않은 자급제 단말과 알뜰폰 요금제를 함께 쓰는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알뜰폰 시장이 대폭 활성화된 것으로 보인다.

자급제폰을 구매하면 특정 요금제나 부가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특히 5G 요금제에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이통사 판매 모델과 달리 5G폰을 LTE 요금제로 사용할 수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21 시리즈의 경우 전작보다 자급제 단말 판매량이 3배가량 늘어났다. 문제는 대기업 쏠림 현상이다.

통신3사 자회사와 금융 대기업인 KB금융 리브엠을 합친 알뜰폰 시장 번호이동 가입자 점유율은 1월 10만5천건으로 전체의 68.1%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 52.2%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해 20%포인트가량 늘어난 것이다. 1월에만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자회사(미디어로그·LG헬로비전)가 3만5천400여 건, KT의 알뜰폰 자회사(엠모바일·스카이라이프)가 3만4천700여 건 순증했다.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도 2만1천200여 건을 모으면서 통신3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5개가 번호이동 시장을 나눠 가지다시피 했다.

중소업체들은 통신사 자회사들이 모회사인 통신사로부터 사은품·광고비 등 마케팅 비용 재원을 지원받아 알뜰폰 생태계를 고사시킨다고 보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번호이동 가입 주력 요금제는 LTE 데이터·음성 무제한 요금제(월 3만3천원 가량)인데, 이 요금제의 도매대가가 3만3천원 수준이어서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인데도 통신3사 알뜰폰 자회사들이 사은품을 써가며 경쟁적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구조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2개사씩으로 늘어나고, 모회사의 마케팅 지원을 받으면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며 "이대로 간다면 통신3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알뜰폰 도매제공을 하는 기간통신사업자를 현재 SK텔레콤뿐 아니라 KT, LG유플러스로도 확대하고, 도매제공 가격 기준도 정부가 정해줘야 한다"며 "특히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 수는 하나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