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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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관 5대 4로 결정명백한 사실을 적거나 말해도 형사처벌을 받도록 규정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특정 내용이 비록 사실이더라도 이로 인해 명예가 훼손되면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는 취지다.
"공공의 이익 땐 처벌 불가"
헌재는 25일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 307조 1항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 대 4(일부 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공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진실이라면 처벌할 수 없다.사건 청구인 A씨는 2017년 8월 동물병원에서 치료받은 자신의 반려견이 실명위기에 놓이자 불필요한 수술이 원인이었다고 생각하고 담당 수의사의 진료행위를 공개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적시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대신 A씨는 해당 조항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같은해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헌재는 “오늘날 사실 적시 매체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고 그에 따른 명예훼손적 표현의 파급효과는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명예는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해당 조항의 입법 목적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진실에 부합되는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위헌 의견을 낸 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고 국민의 알 권리에 기여하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며 “진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