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버핏 "투자 한 건에 11조 넘게 손실…내 탓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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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시전캐스트파츠 인수 관련
당시엔 '메가딜'…자신감 보였지만
작년에만 98억달러 가치 상각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자신의 실수로 벅셔해서웨이가 100억달러(약 11조2600억원)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2016년 거액을 들여 '메가딜' 인수를 벌였던 항공·산업부품업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를 두고서다.
27일 버핏 회장은 이날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의 수익 잠재력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봤다"며 "내가 틀렸다"고 했다. 벅셔해서웨이는 2016년 프리시전캐스트파츠를 부채 포함 약 370억달러(약 41조 662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벅셔해서웨이의 최대 규모 인수합병(M&A)건으로 꼽혔다. 벅셔해서웨이는 인수 전에도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의 지분 3%를 소유한 최대 주주였다. 부채를 제외하고 치른 인수금액은 320억달러였다.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는 항공기 부품과 석유·가스산업용 부품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버핏 회장이 인수를 결정한 당시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는 저유가 장기화에 에너지 산업이 휘청한 바람에 타격을 받은 상태였다.
당시 버핏 회장은 프리시전 캐스츠파츠가 단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회복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CNBC에는 "벅셔해서웨이는 이 업계에서 100년을 내다보고 있다"며 "석유나 가스 가격이 어떤지는 별 상관이 없다"고 했다. 당시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의 매출 약 70%를 차지한 항공업이 저유가로 수혜를 보고 있었다는 점도 버핏 회장의 자신감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버핏 회장의 예상과 반대로 돌아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이다. 에너지 수요는 확 꺾였고, 프리시전 캐스트파츠가 그나마 기대고 있던 항공산업은 '올스톱'에 들어갔다. 보잉과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기업들은 주요 기종 공장을 한동안 멈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는 작년에만 직원의 40%에 달하는 1만3400명 이상을 줄였다. 벅셔해서웨이는 작년 8월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에 대해 기업가치를 98억달러(약 11조원) 상각 처리했다. 작년 상각 처리한 110억달러 중 거의 전부가 프리시전 캐스트 영향이었다는 얘기다.
버핏 회장은 이날 투자 손실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서한에서 "누구도 나를 오도하지 않았다"며 "내가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의 순익 정상화 가능성을 너무 높이 평가했고, 이때문에 기업가치를 제대로 산정하지 못해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기업을 인수했다"고 했다. 버핏 회장은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에도 책임을 지우지 않았다. "프리시전 캐스트파츠의 경영진이 계속 자리에 남아있는 것은 벅셔해서웨이에게 행운이고, 프리시전 캐스트파츠는 여전히 사업분야에서 훌륭한 기업"이라고도 했다. 이어 "최근 들어 이윤을 개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핏 회장은 이날 "나는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실수를 했고, 미래에는 더 많은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썼다. 버핏 회장은 작년엔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4대 항공주에 투자한 일을 두고 "이번 투자는 내 실수였다"고 했다. 당시 각 항공기업은 코로나19 타격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당시 버핏 회장은 투자액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이들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연례 서신에선 크래프트푸즈를 인수한 건에 대해서도 "기업가치에 비해 인수가를 과다하게 지불했다"고 썼다. 2008년엔 1993년 덱스터슈를 인수한 일에 대해 "가치없는 기업을 산 최악의 거래였다"고 자평했다. 벅셔해서웨이의 오랜 투자자들은 버핏 회장의 발언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금융기업 가드너루소앤가드너의 톰 루소 파트너는 "버핏 회장이 투자 손실에 대해 내놓은 발언이 존경스럽다"며 "중요한 결정에 대해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경영자는 찾기 힘들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