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나는 미접종자…이스라엘서 백신거부 의료진 병동퇴출 논란

병원 CEO "아픈 대중 보호 차원 환자 권리 우선"…의사단체 "무차별 배제 과하다"
보건부, 면역억제 필요 병동서 미접종자 업무 배제 지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면역 실험실을 자처한 이스라엘은 전 세계인들에게 백신의 효능과 한계뿐 아니라 접종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사회현상도 먼저 보여주고 있다. 높은 백신 접종률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이스라엘의 일상 복귀 조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구분해 활동의 자유에 차등을 두는 것인데,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 현장에서도 이 원칙이 적용되는 곳이 나오기 시작했다.

3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보도에 따르면 현지 일부 병원들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들을 현장 업무에서 배제하기 시작했다.

예루살렘 소재 하다사 메디컬 센터는 전날부터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의료진을 환자 치료 업무에서 배제했다. 병원 측은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코로나19 감염 후 회복돼 일정 수준의 면역을 획득한 간호사와 의료진에게 치료 업무를 중단하고 행정 등 병원 측이 미접종자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업무로 전환하라고 지시했다.

이 병원 대변인은 "이들(미접종자)을 행정 등 병원 내 다수의 다른 업무에 배치할 수 있다.

(업무가 바뀌더라도) 이들은 계속 기본급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는 16세 이상 모든 성인이 백신 접종 대상이다.

특히 의료진은 우선 접종 대상이어서 지난해 12월 접종 초기부터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이 병원의 전체 직원 중 5%에 해당하는 300여 명은 백신 미접종자이거나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된 상태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감염 후 회복자에 대해 90일 이후에 1차례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하다사 메디컬 센터의 이번 조치는 백신 미접종 의료진을 병원과 보건소 등의 특정 업무에서 배제하라는 이스라엘 보건부 지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보건부는 앞서 종양 수술 환자, 미숙아, 골수 이식 환자 등 면역반응 억제가 필요한 환자 병동에서 백신 미접종 의료진을 배제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보건부의 지시는 일선 병원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언제부터 어떤 기준에 따라 보건부의 지시를 실행해야 하는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전했다.

이스라엘 최대 의료기관인 셰바 메디컬 센터 대변인은 "모든 의료기관 관리자들이 도덕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다시 메디컬 센터의 최고경영자(CEO)인 지브 로스타인은 "몸이 약해진 대중은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따라 환자의 권리를 백신 회피 의료진의 선택보다 우선시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의 권리와 대중, 그리고 직업적 책무를 염두에 둔 긴장은 모든 병원 직원들에게 적용된다.

그런데도 환자의 건강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백신 미접종 의료진의 업무 배제에 대한 의견을 이스라엘 간호사 협회에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 공중보건의사 협회의 나다브 다비 회장은 "백신을 맞지 않은 의료진을 위험도가 낮은 환자 치료에 투입하라는 보건부의 지시는 근거가 있다"며 "하지만 미접종 의료진을 환자 치료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