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원의 헬스노트] 환자 이송요원은 '비의료인', 백신 우선접종 안된다?

병원에는 다양한 직종이 있다.

흔히 의사와 간호사를 먼저 떠올리지만, 환자들을 안내하고 이송하는 직원도 있고, 행정직원, 보안요원, 청소노동자도 있다. 이들은 의료인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환자 밀접접촉으로만 보자면 상당수는 의료인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의료인 못지않은 감염관리가 요구된다.

보통 대학병원의 경우 비의료인 비중이 전체 인력의 20%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상당수 병원에서는 의료인뿐만 아니라 병원 내 비의료인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 계획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런 방침이 보건 당국이 마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우선순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병원에 근무할지라도 법적으로 의료인이 아니라면 백신접종 우선순위 지위를 줘선 안 된다는 게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의 공식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보낸 '백신 접종 지침'을 보면, 병원 내 예방접종 대상자는 보건의료기본법 3조에 의거한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응급구조사, 약사, 한약사, 영양사, 위생사, 보건교육사로 한정돼 있다.

이를 근거로 질병청은 의료인뿐만 아니라 비의료인에게도 백신을 접종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대해 지침 위반 사실을 지적하고, 원칙을 준수토록 경고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의료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질병청이 병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자체 백신 접종계획을 마련한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병원은 의료인과 비의료인이 함께 일해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백신접종에 순위를 두라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질병청이 의료인 우선 접종 지침을 고수한다면, 차라리 의사들이 백신을 나중에 맞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원칙적으로는 보건의료인 우선 접종이 맞지만, 이외에도 환자 이송요원과 미화원 등의 병원 내 직원에 대해서도 자체적인 접종 계획에 따라 접종토록 했다"며 한발 물러섰다.

코로나19 백신이 아직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접종 우선순위를 두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우선순위가 의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과 거리가 멀고,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다면 지침에만 집착하기보다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원칙도 중요하지만, 융통성도 그에 못지않게 필요한 상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