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IOC 윤리위원장 반기문에 "베이징올림픽 취소" 압박

세계위구르의회 "IOC, 그동안 윤리제소 묵살"…반 전 총장에 직접 서한
미 보이콧 검토 가능성 속 IOC로 불똥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논란
중국 내 소수민족을 대변하는 인권단체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윤리위원장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위구르족 등 중국의 소수민족 인권탄압을 둘러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 논란의 불똥이 IOC의 윤리위원회로도 튀는 양상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인권단체 세계위구르의회는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베이징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는 제소가 대부분 묵살당해왔으며 반 총장에게 전달조차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마이클 폴락 변호사는 AP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윤리적 문제를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처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증거에 입각한 우리의 상세한 제소 문건에 제대로 된 회신이 없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폴락 변호사는 이번에는 반 전 총장 앞으로 직접 서한을 보냈으며 그가 이에 응답할 것을 요구한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반 전 총장은 2017년 9월15일 IOC 윤리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4년이며 재선할 수 있다.인권단체들은 올림픽 후원사들과 IOC, 선수를 상대로 중국내 수용소에 수감된 무슬림인 위구르족 등에 대해 자행된 집단학살과 범죄 혐의에 맞서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집단학살 올림픽'으로 칭하며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히틀러가 나치의 잔학행위에 쏠린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한 무대로 삼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빗대왔다.

위구르족 출신의 돌군 이사 세계위구르의회 대표는 "IOC가 반인류적 집단학살과 범죄를 자행하는 나라가 올림픽을 주최하기로 한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더는 '정치적 중립성' 뒤에 숨어선 안된다"라며 IOC가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폴락 변호사는 IOC가 최초 제소에 제대로 대응하는 대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정치적 불개입' 발언을 거론하는 것으로 갈음했다면서 바흐 위원장은 이번 제소의 대상인 만큼 결정 과정에 관여, 윤리위 제소 절차의 독립성을 침해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윤리 고발 문건은 IOC와 집행위, 바흐 위원장이 중국 신장(新疆) 자치구내 위구르 및 다른 튀르크족 무슬림을 상대로 벌어지는 집단학살과 범죄의 입증가능한 증거들을 묵살, 올림픽 헌장을 위반했다며 1948년 발효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협약' 2조에 명시된 집단학살의 정의를 거론했다.

이 문건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올림픽 운동과 올림픽 헌장의 원칙, 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고취한 올림픽의 이상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세계위구르의회, 국제티베트네트워크 등 180개 인권단체가 참여한 연합체가 지난달 초 전세계 정상에게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는 등 일부 국가와 인권단체는 중국의 올림픽 개최권 박탈을 촉구해왔다.

인권단체의 IOC 윤리위 압박은 미중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달 초만 해도 "계획 변화와 관련해 진행되는 논의는 없다"던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달 25일 브리핑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이 아니다"고 언급, 미국이 보이콧을 검토하는 쪽으로 입장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그러나 중국은 신장 관련 주장은 허위이며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시도는 스포츠의 정치화라며 결국 실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