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비 넘긴 현대차 아이오닉 5…생산 일정도 조만간 확정

밤샘 회의 끝 '맨아워' 합의안 마련…시승차부터 생산
증산 논의·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등 숙제 남아
현대자동차 노사가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의 생산라인 투입 인원 수(맨아워·Man Hour)에 합의하면서 조만간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와 증산 논의 등이 남아 있지만 일단 큰 고비는 넘긴 셈이다.

현대차는 10일 노조와의 밤샘 회의 끝에 맨아워 합의안을 마련했으며 조만간 양산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시승차 목적으로 사용될 아이오닉 5 생산을 시작으로 사전계약 물량을 최대한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 노사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내연기관차보다 20∼30% 정도 줄면서 투입 인원수 축소가 불가피한 문제를 두고 그간 협의 과정에서 마찰을 빚어 왔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하는 아이오닉 5도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보다 배기 라인이나 전선 배치가 줄어 생산라인에 필요한 인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말에도 일부 조합원들은 아이오닉 5 테스트 차량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우면서 일감 축소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노사의 합의안에는 울산1공장의 아이오닉 5 생산 라인에 투입하는 인원이 기존 라인보다 줄어들면서 남는 인원을 다른 생산 라인에 배치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통상 신차 출시 2개월 전에 맨아워 협의를 마쳐 왔다.

그러나 이달 유럽 판매와 다음달 국내 출시가 예정된 아이오닉 5는 맨아워 협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면서 예상보다도 한 달 가량 늦어졌다. 다만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면 유럽 판매와 국내 출시 일정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오닉 5가 국내외에서 사전계약 돌풍을 일으킴에 따라 현대차 노사는 증산과 관련한 논의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오닉 5는 국내 사전계약 대수가 일주일만에 3만5천대에 달하고 유럽에서 사전계약 물량 3천대가 모두 완판되는 등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약 2만대 가량 증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노조는 물론 배터리 공급사인 SK이노베이션과도 협의가 이뤄져야 증산이 가능하다.
아이오닉 5 양산을 둘러싼 노사간 마찰은 일단락됐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향후 새로운 전용 전기차 모델들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출시될 기아 EV6와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도 생산 라인 투입 인력과 관련해 노사간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아이오닉 5를 비롯한 전기차 출시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기차에는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최소 100개 더 많은 반도체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차량 반도체 수급 차질이 올해 3분기까지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