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새 벌집 60여채 다닥다닥"…청주 넥스트폴리스도 투기 대상

작년 6월 조성계획 확정 뒤 토지거래 4배↑…보상 노린 나무도 빼곡
충북도·개발공사 "투기 공직자 색출하겠다" 전수조사 착수


공직자가 미공개 정보로 땅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충북지역 산업단지 예정지에서도 투기성 건축이나 조림 현장 등이 드러나고 있다.
10일 연합뉴스 취재진이 찾은 청주시 청원구 정상마을에서는 땅을 파고 성냥갑처럼 동일한 모양의 조립식 주택을 짓는 공사가 분주하게 진행됐다.

정상마을을 포함한 이 일대 189만1천574㎡(약 57만평)는 충북개발공사가 2028년까지 넥스트폴리스 산업단지 조성하기로 한 곳이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니 일명 '벌집'(투기목적의 임시주택)으로 불리는 60㎡ 안팎의 조립식 주택이 다닥다닥 들어서 있다. 어림잡아도 50∼60채는 넘어 보였다.

집들은 좁은 공간에 샌드위치 패널로 된 벽체와 지붕을 얹고, 손바닥만 한 창문을 군데군데 뚫어놓은 구조여서 주거 목적으로 보기에는 힘들었다.

그런데도 도로에는 건축자재를 실은 화물차가 쉼 없이 오갔고, 건설 근로자들은 쌀쌀한 날씨임에도 땀방울을 닦으며 비슷한 모양의 집을 또 짓느라 여념이 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6월 산업단지 조성계획이 충북도의회 승인을 받자마자 '벌집'이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주민 A(56)씨는 "원래 조용한 시골이었는데 작년 여름부터 공사판이 돼 버렸다"며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저수지 근처 외진 땅에도 용도를 알 수 없는 집들이 우후죽순으로 지어졌다"고 말했다.
마을 안 농경지에는 한눈에 봐도 심은 지 얼마 안 된 나무들이 빼곡히 눈에 들어왔다. 자로 잰 듯 동일한 높이로 가지가 잘린 나무부터 한 뼘 남짓한 묘목까지 종류를 알 수 없는 나무들이 농경지를 빈틈없이 메우고 있었다.

한 주민은 "가지를 싹둑 잘라버리면 새싹이 나지 않을 텐데 왜 저렇게 해놨는지 모르겠다"며 "최근 밭은 물론 논바닥까지 나무를 심어대는 통에 마을 분위기도 심란하다"고 혀를 찼다.

묘목 식재와 '벌집' 건축은 보상을 목적으로 한 요식행위라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들어와 살지도 않을 외지인들이 마구잡이로 집을 짓고, 나무를 심어댄다는 것이다.

이장 B씨는 "작년 여름 이후 벌집 60여 채가 지어졌는데 사람이 사는 곳은 거의 없다"며 "10채 중 9채는 집 모양만 갖춰놨을 뿐 가재도구 하나 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년도 안 되는 사이 가구 수가 40가구에서 100가구로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마을에 집이 있거나 농지를 운영하면 토지 보상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이 난리를 치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정상동 일원 토지 거래량은 2018년 13건, 이듬해 15건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산업단지 조성계획과 맞물려 지난해 65건으로 폭증했고, 올해 2월에만 벌써 31건이 거래됐다.

토지 거래가 급증한 것과 관련해 충북도는 LH 공사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 살피겠다며 조사에 나섰다.

임양기 충북도 감사관은 "도내에는 30여 곳의 산업단지가 조성 중인데 국토부 토지거래 전산망 등을 활용해 직원들이 의심스러운 토지거래가 있는지 철저하게 밝혀낼 것"이라며 "충북개발공사도 이와 관련해 내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경찰청도 부동산투기 수사전담팀을 꾸려 개발 예정지 주변 토지거래 검증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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