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이성윤 조사했다'면서 면담 내용은 검찰에 안 넘겨

검찰 "면담자·피면담자·면담시간 만 기재…이게 수사보고서냐" 반발
이 지검장에 다시 출석 요구할 듯…차규근 본부장은 4차 소환조사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6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수사보고를 전달했다고 밝힌 데 대해 검찰이 "조사 및 면담 내용을 기재한 서류는 없었다"며 즉각 반박했다.
수원지검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지난 15일 공수처로부터 송부받은 기록에는 수원지검이 생산한 서류 외에 이 지검장 변호인 의견서와 면담자, 피면담자, 면담 시간만 기재된 수사보고가 편철돼 있을 뿐, 조사내용을 기록한 조서나 면담내용을 기재한 서류는 없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사보고에는 이 지검장과 변호인,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 등 4명이 1시간 남짓 만났다는 내용만 들어있고, 면담 요지 조차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만났는데 왜 만났고, 무슨 내용의 얘기가 오갔는지가 없다면 수사보고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김 처장은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 지검장과 만난 사실이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변호인을 통해 면담 신청이 들어와 공수처 청사에서 면담 겸 기초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수사의 일환으로 조서를 작성했느냐'는 물음에는 "수사를 했고, 수사 보고가 있다"며 "변호인이 제출한 의견서와 모든 서면을 (재이첩할 때 검찰에) 같이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이 김 처장의 발언에 대해 곧바로 반박하는 입장을 내면서 양측의 긴장 관계가 고조되고 있다.공수처는 지난 12일 검찰에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공수처 공소 제기 대상 사건이므로 수사 후 송치해 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14일에는 "수사 부분만 이첩한 것으로 공소 부분은 여전히 공수처 관할 아래 있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수사팀장인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은 지난 15일 검찰 내부망에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아울러 이 지검장이 사건이 검찰에 재이첩 되기 전 자진해서 공수처에 면담을 신청한 것을 두고, 재이첩 후 검찰의 소환 통보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건이 공수처에 이첩됐던 동안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는 기록을 남겨둠으로써 앞으로 이어질 검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할 명분을 만들려는 꼼수로 보인다는 것이다.이 지검장은 지난달 18일 고발장 접수로 인한 피의자 신분 전환 이후 검찰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출석요구서를 전달받았으나,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내면서 사실상 소환요청에 불응했다.

검찰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수사 중이던 김 전 차관 출금 사건에 대해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 지검장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다시 한번 출석요구를 할 방침이다.

이 지검장은 "공수처 수사 등 절차 진행에 대해 답변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4차 소환조사했다.

이번 소환은 차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처음 이뤄지는 소환 조사이다.

차 본부장은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의 출입국 정보 등이 포함된 개인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 받고, 불법적으로 긴급 출금 조처한 혐의를 받고 있다.검찰은 지난 2일 차 본부장의 혐의가 입증됐다고 보고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6일 새벽 영장을 기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