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꼭대기 층에서 내려오며 남의 집 문 앞에 놓인 택배를 훔친 3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A(30)씨는 지난해 10월 15일 오후 대전 동구 21층짜리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위층으로 올라간 다음 계단으로 걸어 내려오다가 18층 한 현관문 앞에 있던 택배 상자 2개를 들고나왔다.
상자 안에는 24만원 상당 영양제와 3만9천원짜리 보조배터리가 있었다.
이튿날에는 다른 아파트에서 같은 수법으로 어린이 홍삼과 가슴 마사지기를 담은 택배 상자를 훔쳤다. 도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각 아파트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을 분석해 A씨를 붙잡았다.
조사 결과 A씨는 지난해 7∼10월 중고물품을 팔 것처럼 거짓말해 30여명으로부터 1천만원가량을 가로채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수익을 개인 빚을 갚는 데 쓴 것으로 조사됐다. 가짜 계약서로 전세보증금 담보 대출금까지 챙긴 A씨는 주거침입·절도·사기·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등 죄로 1심에서 징역 1년 실형을 받았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박준범 판사는 "이 사건 각 범행 피해자가 40여명에 달한다"며 "죄질이 나쁜 데다 일부 피해자는 금전적 손해를 넘어 심각한 정신적 고통까지 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