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세포로 유사 인간 배아 만들어…세계 최초

인간의 피부세포로 인간의 초기 배아를 만드는 사상 최초의 실험이 호주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호주 모나시(Monash)대학 재생의학 연구소(Regenerative Medicine Institute)의 호세 폴로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피부에서 채취한 섬유아세포(fibroblast)를 재프로그램(reprogram) 해 유사 인간배아를 만들어냈다고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 이 유사 인간배아는 수정 4~5일 후 형성되는 초기 단계 배아인 배반포(blastocyst)와 형태학적-분자적으로(morphologically and molecularly) 유사한 3차원 세포 구조를 지녔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유도 배반포 유사체'(iBlastoid: induced Blastoid)라고 명명했다.

이 배반포 유사체는 내부에 배반엽 상피세포(epiblast cell) 덩어리가 있고 외벽은 영양 외배엽 유사(trophectoderm-like) 세포와 공동(cavity)으로 둘러싸여 있는 등 인간 배반포와 전반적인 유전자와 구조가 비슷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인간의 배아는 수정 4~5일 후 배반포를 형성하며, 그때 배아는 50-150개의 세포로 구성된다.

이 배반포 유사체는 초기 배아인 배반포가 지니는 일부 중요한 요소들이 없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배아의 초기 발달 모델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은 이 배반포 유사체를 일반적인 배아가 자궁벽에 착상하는 시기쯤인 5~6일 배양한 뒤 성장을 중지시켰다. 이 배반포 유사체가 4~5일 동안 접착과 확산을 거듭하면서 태반 세포 일부를 형성하자 곧 바로 배양을 중단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배반포 유사체는 초기 유산과 불임의 원인 그리고 초기의 배아 발달에 관한 연구에 혁명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현재 수정 후 첫 며칠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연구는 불임 치료를 위한 체외수정(IVF) 클리닉에서 쓰고 남은 배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수가 너무 적어 연구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배아의 자궁 착상(conception) 후 첫 2주 사이에 발생하는 '침묵의 유산'(silent miscarriage)은 아직 그 이유를 모른다.

그러나 피부세포로 배반포 유사체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 기간에 초기 배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