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작가의 고객 평가(評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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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러 입구에 들어 오는 사람을 보자 마자 저는 알 수 있습니다. 명함 사진을 찍던 예술 작품이나 광고 카피에 쓰일 사진을 만들던, 카메라 앞에 서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느껴지는 게 있습니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그가 지금까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 왔는지 감이 잡힙니다. 잠깐 스치는 미소에 배인 인품이나 감추고자 하는 고민이 나타난답니다.”
인터넷 강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 장의 인물 사진이 필요하다고 하여 강남 신사동 근처에 있는 사진관을 들렀다. 어지러이 놓인 소품들이나 다양한 촬영 기구들을 보는 순간, 일반적인 사진관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였다. 영화배우처럼 생긴 여성 한 분이 작품사진을 찍고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며 차를 마시며 예술작품이 만들어지는 광경을 바라 보았다.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뭐 그리 복잡하게 움직이며, 같은 행동을 몇 번씩 되풀이 하면서, 별 차이도 나지 않을 것 같은 포즈를 바꿔 가며 수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는지 알 수 없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사진 작가는 내게 면담을 요청했다.
“실제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는 것처럼, 조금 오버액션을 해도 좋습니다. 학생들에게 보여 주는 열정 그대로 나타내야 합니다. 자유롭게 표현하시고, 정성 들여 움직여야 합니다. 억지로 짓는 웃음과 만들어진 표정은 카메라에 다 잡히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누르는 셔터에는 영혼이 스며듭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실제보다 더욱 재미있고 강의실보다 더욱 강한 열정을 느껴야 합니다. 교수님의 마음과 영혼, 지식과 경험이 어우러지도록 혼신을 다하지 않으면 카메라는 거부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밤을 새야 할 겁니다.”
괜히 겁을 주는가 싶었다. 개인적인 질문에서부터 그 동안 해 온 일들에 대해서까지 별의 별 질문을 다했다.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나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얼마나 좋은 작품을 만들 생각이길래 이렇게 장황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까?
10 여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30분 정도의 면담과 두시간 이상의 촬영이 이어졌다. 한 장 한 컷의 사진을 찍을 때마다 각종 소품을 옮겨 놓으며 땀을 흘리고, 조명의 밝기와 위치를 조절하면서 신경질이 날 정도로 예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 나는 땀내에 사랑과 존경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습니다. 잘 움직여 주시고, 스스로 행동을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일찍 끝나 기분이 좋은데, 개인적인 사진 몇 장 서비스로 찍어 드릴까요? 우리는 당신의 사진을 찍어 드리고 싶습니다.”
예정에 없던 또 다른 작품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비공식적인 사진 촬영에도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보조 기사들과 소품 관리하는 분들에게 미안했다. 사장의 마음을 따르면서 불평 불만스러운 내색 없이 밤 늦도록 움직이는 젊은이들은 사진사가 아니었다. 예술작가임에 틀림없었다. 자장면이라도 사드리고 싶어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그들은 점잖게 사양하였다.
2년 전, 필자의 홈페이지를 공짜로 만들어 준 IT 기업의 젊은 사장으로부터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이번에 만난 사진 작가도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당시 작은 구멍가게였던 그 IT 회사는 지금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벤처기업의 구색을 갖추었다.
그들은 예술가이며 프로였다. 조건 없이 일하는 전문가 집단이었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 놓지 않았다. 고객 한명 한명에게 세심한 배려와 정성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그들의 세계를 연구하고 싶었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공짜 선물을 받으며, 별로 친하지도 않은 그들로부터 기쁨을 느끼며 사는 내가 죄인인 듯 하다.
논현역 근처를 돌아 나오는 거리엔 불빛이 찬란했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그가 지금까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 왔는지 감이 잡힙니다. 잠깐 스치는 미소에 배인 인품이나 감추고자 하는 고민이 나타난답니다.”
인터넷 강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 장의 인물 사진이 필요하다고 하여 강남 신사동 근처에 있는 사진관을 들렀다. 어지러이 놓인 소품들이나 다양한 촬영 기구들을 보는 순간, 일반적인 사진관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였다. 영화배우처럼 생긴 여성 한 분이 작품사진을 찍고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며 차를 마시며 예술작품이 만들어지는 광경을 바라 보았다.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뭐 그리 복잡하게 움직이며, 같은 행동을 몇 번씩 되풀이 하면서, 별 차이도 나지 않을 것 같은 포즈를 바꿔 가며 수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는지 알 수 없었다.
내 차례가 되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사진 작가는 내게 면담을 요청했다.
“실제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는 것처럼, 조금 오버액션을 해도 좋습니다. 학생들에게 보여 주는 열정 그대로 나타내야 합니다. 자유롭게 표현하시고, 정성 들여 움직여야 합니다. 억지로 짓는 웃음과 만들어진 표정은 카메라에 다 잡히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누르는 셔터에는 영혼이 스며듭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실제보다 더욱 재미있고 강의실보다 더욱 강한 열정을 느껴야 합니다. 교수님의 마음과 영혼, 지식과 경험이 어우러지도록 혼신을 다하지 않으면 카메라는 거부 반응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밤을 새야 할 겁니다.”
괜히 겁을 주는가 싶었다. 개인적인 질문에서부터 그 동안 해 온 일들에 대해서까지 별의 별 질문을 다했다.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나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얼마나 좋은 작품을 만들 생각이길래 이렇게 장황하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할까?
10 여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30분 정도의 면담과 두시간 이상의 촬영이 이어졌다. 한 장 한 컷의 사진을 찍을 때마다 각종 소품을 옮겨 놓으며 땀을 흘리고, 조명의 밝기와 위치를 조절하면서 신경질이 날 정도로 예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 나는 땀내에 사랑과 존경이 느껴졌다.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습니다. 잘 움직여 주시고, 스스로 행동을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일찍 끝나 기분이 좋은데, 개인적인 사진 몇 장 서비스로 찍어 드릴까요? 우리는 당신의 사진을 찍어 드리고 싶습니다.”
예정에 없던 또 다른 작품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비공식적인 사진 촬영에도 그들은 최선을 다했다. 보조 기사들과 소품 관리하는 분들에게 미안했다. 사장의 마음을 따르면서 불평 불만스러운 내색 없이 밤 늦도록 움직이는 젊은이들은 사진사가 아니었다. 예술작가임에 틀림없었다. 자장면이라도 사드리고 싶어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그들은 점잖게 사양하였다.
2년 전, 필자의 홈페이지를 공짜로 만들어 준 IT 기업의 젊은 사장으로부터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이번에 만난 사진 작가도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당시 작은 구멍가게였던 그 IT 회사는 지금 상당한 매출을 올리는 벤처기업의 구색을 갖추었다.
그들은 예술가이며 프로였다. 조건 없이 일하는 전문가 집단이었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 놓지 않았다. 고객 한명 한명에게 세심한 배려와 정성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그들의 세계를 연구하고 싶었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공짜 선물을 받으며, 별로 친하지도 않은 그들로부터 기쁨을 느끼며 사는 내가 죄인인 듯 하다.
논현역 근처를 돌아 나오는 거리엔 불빛이 찬란했다. 발걸음이 가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