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동업을 권장하자

‘분수를 알고 장사하자’를 연재합니다.

창업이라는 것이 자신감이 충만해서 무엇이든 할 수있다는 정신으로 해야하는 것은 맞읍니다.
하지만 제 17년간의 장사 경험으로 보면 ‘저렇게 막무가내로 해도되나?’라는 걱정을 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걱정대로 되었습니다. 예외를 찾기가 어렵지요.그런데 책과 신문에는 손정의나 스티브잡스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만 하니까,
원래 사업은 저돌적이어야 하고 무모해야 되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삶의 지혜로 ‘지피지기’하자는 말을 하면서,
실제 사업에서는 ‘그게 아니고 ….’라는 식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거죠.

그럼 나는 어떻게 했지?
그 질문에서 이 글의 단초가 시작되었읍니다.
약 45회정도 연재될 예정입니다.출판을 감안하여 매 분량은 A4 2 – 2.5장, 45꼭지입니다.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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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http://blog.naver.com/rednut005/30118674163

창업에 관한 강의를 나가면 꼭 하는 말이 있다. ‘동업하라!’

그런데 우리는 동업에 대하여 너무나 부정적이다. 하지만 동업을 해서 성공한 케이스는 많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렇고, ‘애플’도 동업으로 시작했고, LG도 동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말을 꺼내기 무섭게 ‘에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부분의 한국사람은 동업의 어려움, 폐해 그리고 망한 사례를 숱하게 들었고, ‘한국사람은 각자 욕심이 많아서 동업은 안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1995년 파나마에 있을 때였다. 한국의 사무용 가구인 ‘퍼시스 (Fursys)’를 수입하는 두 유태인 청년이 있었다. 두 사람은 사촌지간으로 동업을 하여 회사를 창업하였는 데, 창업자금은 형제인 두 사람의 부모가 도움을 주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사업을 잘 할 수있도록 조언을 해주는 데,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바람직한 형태의 동업이었다. 두 사람이 사촌지간임에도 불구하고 역할분담이나 지분분담에 대한 두툼한 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이 Fursys Panama는 당사자로 보면 사촌지간, 가족으로 보면 형제지간의 동업인 셈이었다. 아니 이처럼 유태인들은 잘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동업이 보기 드물지 않은 데, 왜 유독 한국에서는 ’동업은 안되!‘라고 하지. 하지만 동업이 갖고 있는 잇점은 정말 많다.



‘동업하라’를 쓴 신용한은 동업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오늘 날 비즈니스의 성공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정면으로 부딪힐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나온다. 통상 이 능력은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다해도 혼자서 이 모든 복잡함에 대처하기란 역부족이다. 그래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는 것보다는 때로 불편하고 복잡할 지라도 파트너와 문제해결능력을 공유할 수 있는 동업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동업은 개방, 공유, 협력이라는 글로벌시대 정신과도 맞닿았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동업이라는 영리한 해결책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사람은 동업을 유별하게 싫어할까?’

그 것은 분명 ‘내 마음이 네 마음이다. 우리는 끝까지 같이 간다. 그러니 째째하게 계약서같은 것은 필요없다’라는 게 동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형태이고, 동업이 깨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동업하라’에서 예로 든바와 같이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를 통해 글로벌공연제작자로 발돋움을 한 PMC프로덕션의 송승환, 이광호대표도 15년째 동업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 출신인 송대표는 처음부터 기획과 제작에만 전념했고, 이대표는 경영, 회계, 관리부문을 맡았다. 이렇듯 각자의 장점을 살려 철저하게 업무를 나눈 후, 두 사람은 지금도 서로의 분야에는 일절 간섭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방식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성공스토리를 써나가고 있다. 이렇게 보면 동업의 핵심은 ‘분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영리하게 분업을 했기에 ‘사업궁합’도 맞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성공의 토대가 되었던 것이다. 따로 또 같이‘가 동업에서만큼 위력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영역도 별로 없을 것이다. 역할분담의 중요성은 단순히 각자 잘하는 일을 하면 시너지효과가 발휘된다는 원론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철저한 역할 분담자체가 동업이 갖고 있는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보완해준다는 점이다. 이런 역할분담도 매우 중요하지만 동업은 사업을 하면서 가장 필요한 자금의 문제도 많이 풀어준다. 동업자들이 동등한 금액을 투자하고, 동등한 지분을 가질 수도 있다. 아니면 아이템.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하여 파트너를 찾아 동업할 수도 있다. 그 뿐만 아니다. 동업자들은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식의 공유와 활용 또한 높아진다.



동업, 새로이 창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를 늘리고 위험을 줄이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다만, 아직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 것을 체계화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이제 동업에 대한 편견을 바꿀 때가 되었다. 그 성공사례를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고, 또한 그 실패한 사례와 분석 또한 얼마든지 있다. 그 것을 창업자들은 나름대로 체계화하면 동업자간의 마찰을 줄이고, 이해를 높이면서 갈등의 소지를 없앨 수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과 동업을 하는 게 좋을까?

내 생각에는 생각이 많이 다른 사람과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나는 일을 벌리자는 성격이라면, 다른 한편은 될수록이면 차근차근히 일을 해가자는 식이다. 그러니까 영업마인드를 가진 사람과 관리 마인드를 가진 사람, 성격이 급한 사람과 느긋한 사람 등등. 2000년부터 2003년은 양말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던 시기였다. 기계 6대에 공장건물도 변변치 않을 때, 유럽에서 양말오더는 그야말로 팍팍 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성장의 기간이 적어도 5년정도는 갈 것으로 예상했고, 그 기간내에 양말로서 사업의 자리를 확고히하고자 공격적인 투자를 하였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그 때 나에게는 ‘으싸, 으싸’해주어가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게 아닌, ‘이제는 그만 해!’하고 멈추어 돌이켜 보게 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아무리 나로서도 이리저리 돌아보면서 영리하게 경영을 한다고 해도, 역시 혼자하는 생각은 짧다. 지금도 그 때 나의 브레이커가 있었으면 좀 더 잘 할 수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까지 ‘필맥스’가 한 10여년의 과정을 보면 이런 동업적인 부분도 상당히 있다. 바이어는 해외에서 판매하고, 공장은 생산을 하고, 자금과 기획은 내가 하고. 그런데 이제는 핀란드에서도 ‘맨발신발’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생산, 판매 기획으로 이루어지면서 다국적 가족기업 협력체를 지향하는 동업의 형태가 좀더 복잡해지고 있다. ‘따로 또 같이’. ‘필맥스’라는 이름아래 지속되어온 사업운용 형태를 더 발전시켜 새로운 기업의 모델로 발전시켰으면 하는 게 나의 소망이다. 그리고 새로이 창업하는 사람들이 ‘동업의 잇점’을 좀더 이해해서 창업의 위험을 나누고, 성공의 기회를 늘렸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 나는 새로운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 그가 투자자로서 나타나든, 동업자로서 나타나든 ‘맨발신발’을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서 마케팅하기 위하여는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그런데 때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이 사업을 10년이나 힘들게 유지해왔고, 내가 들인 돈이 얼만데, 이제와서 동등한 지분으로 파트너를 영입하기에 너무 억울하지 않나?’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홍재화 당신이 보기에는 그럴 듯해보이지만, 그게 성공한다는 장담을 어떻게 하겠나? 실패하면 내 금쪽같은 돈을 당신이 돌려주겠나? 그리고 당신의 속마음이 시커먼지, 하얀지를 내가 어떻게 믿고 같이 일해?’라고 물어보면 또 그 사람말이 맞기도 하다.



난 정말 지금 다른 사람을 나의 파트너를 환영받을만큼 마음이 열려있을까? 아니면 내가 다른 사람의 파트너가 될 수있을만큼 남의 사업이나 속마음을 잘 알수있을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계약서로 옮길 만큼 냉철하고 부드럽게 설득적일 수있을까?



그거야, 내 문제이고. 그럼 다른 창업자들은?현재 중소기업청이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창업정책은 상당히 체계를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유독 ‘동업’만은 전혀 무시되고 있다. 그 것은 ‘합명회사’와 ‘합자회사’와 같은 형태의 소유구조가 드문 이유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청은 동업을 체계적인 사업의 한 형태로 일반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 창업자들의 위험을 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