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만 남은 한일전' 마친 벤투호, 조용한 귀국길

파주 NFC서 내달 초까지 코호트 격리하며 훈련…6월 월드컵 2차 예선
80번째 한일전에서 0-3 완패를 당한 축구 국가대표팀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파울루 벤투 감독을 비롯한 축구 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일본과의 친선경기를 마친 뒤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강인(발렌시아), 정우영(프라이부르크) 등 해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곧장 소속팀이 있는 국가로 향했고, 이날 인천으로는 K리그 소속 선수들과 스태프가 들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공항 이용객 자체가 많지 않아 입국장은 한산했다. 일반 이용객이나 팬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몇몇 관계자들만 게이트 주변에 드문드문 서 있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귀국 인터뷰 등 별도의 미디어 활동이 없을 것이라고 사전 공지됐으나 대표팀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으려는 취재진은 적잖았다.
항공기가 착륙한 지 1시간 20분가량 지나 게이트를 나오는 선수들은 마스크와 페이스 실드로 얼굴을 가린 채였지만, 굳은 표정이었다. 무거운 침묵 속에 입국장을 빠져나간 선수들은 마련된 버스를 타고 격리 장소인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향했다.

대표팀은 전날 일본과의 올해 첫 A매치에서 0-3으로 완패했다.

2011년 '삿포로 참사' 이후 친선경기로는 10년 만의 일본과의 맞대결이었는데, 당시와 같은 점수로 졌다. 여전한 코로나19 국면 속에 추진 과정부터 우려를 낳은 한일전은 열릴 때까지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손흥민(토트넘) 등 핵심 선수들이 다수 합류하지 못했고, 특정 팀 선수가 너무 많이 뽑혔다거나 제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는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는 지적이 나오며 대표팀과 현장의 '소통' 논란도 불거졌다.
우여곡절 끝에 팀을 꾸려 일본으로 떠난 뒤에도 일본 대표팀 코치, 한국 숙소 경비 담당자가 코로나19에 걸려 감염 우려도 지속했다.

이 모든 상황에도 6월 재개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앞두고 실전으로 기량을 점검한다는 명분이 존재했지만, 경기력 측면에서도 소득이 없었다.

무기력한 졸전으로 이렇다 할 반격조차 해보지 못하고 완패를 곱씹어야 했다.

대표팀이 거센 비판에 휩싸이자 이날 오후엔 이례적으로 정몽규 회장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발표해 "최상의 상태로 경기를 치르도록 완벽하게 지원하지 못한 축구협회의 책임이 더욱 크다"며 사과하기까지 했다.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온 대표팀은 파주 NFC에서 4월 2일까지 코호트 격리한다.

이 기간에도 훈련이 이어질 예정이다.

대표팀은 6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 나선다. 2차 예선은 홈 앤드 어웨이 대신 조별로 한곳에 모여 개최되는데, H조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게 돼 벤투호는 6월엔 안방에서 4연전에 나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