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되지만 맞는 게 낫지"…75세 이상 첫 접종 '북적'

수원에선 104세 할머니가 첫 접종…"독감 주사랑 똑같아. 그냥 그래"
의료진 수차례 모의훈련에도 긴장…"만일의 사고 꼭 예방"
'1시간당 70명씩 접종' 긴 대기 줄…오늘 접종 대상자 해당안돼 헛걸음도

만 75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1일 전국 46개 예방접종센터는 긴장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특히 일반인에 대한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되며 센터마다 혼잡을 빚는 등 현장 분위기는 지난 2월 말 노인요양시설 입소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시설 내 접종과는 사뭇 달랐다.

이날 오전 8시40분께 경기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
의사 4명, 간호사 13명 등 의료진 18명을 포함해 44명의 인력이 조심스럽게 첫 접종자인 93세 김모 할아버지를 맞았다.

딸(61)과 함께 예진표를 작성한 김 할아버지는 "화이자가 부작용도 적고 선호하는 백신"이라는 의사의 말에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진을 담당한 유의탁(75) 의사는 "47년 의사 경력으로 접종 부적격을 가려내 만일의 사고를 예방하겠다"고 했고, 접종을 맡은 박진아(29) 간호사는 "3차례에 걸쳐 10명분의 화이자 백신 접종 모의훈련을 했는데도 약간 떨린다"고 했다.

김 할아버지는 접종확인서를 발급받은 뒤 15분간의 모니터링에서 별다른 이상 반응이 없자 오전 9시 5분께 안도하는 표정으로 센터를 떠났다.

김 할아버지의 딸은 "아버님의 연세가 많아 걱정됐지만 그래도 백신을 맞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다들 그렇게 권유했다"며 "25분 만에 별 탈 없이 끝나 다행"이라고 했다. 탄천종합운동장 예방접종센터는 이날 오후 4시까지 1시간에 72명씩 모두 432명을 접종할 예정이다.
수원시 아주대학교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는 만 104세인 김모 할머니가 첫 번째로 백신 주사를 맞아 눈길을 끌었다.

김 할머니는 "맞으니까 기분이 어때요. 괜찮아요"라고 묻는 아들(68)에게 "바늘이 몸에 들어가니 따끔하고 아프지 뭐. 독감 주사랑 똑같아. 그냥 그래"라고 답했다.

김 할머니는 이번 접종에 동의한 수원지역 어르신 중 최고령으로 지난 22일 행정복지센터를 직접 방문해 동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울산시 동천체육관 예방접종센터의 1호 접종자 김무연(83) 할머니는 "걱정을 좀 했는데, 주사를 맞아보니 아무런 느낌도 없고, 편안한 마음이 든다"며 "다른 분들도 접종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시 남세종종합청소년센터에 설치된 예방접종센터를 찾은 백춘자(76)씨는 "어디를 다니든 늘 불안하고 무서웠는데. 이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고 감회를 전했다.

예방접종센터마다 접종자와 가족 등으로 혼잡을 빚은 가운데 이날 접종 대상자에 해당되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어르신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수원 아주대학교 실내체육관을 방문한 42년생 할머니는 "38년생까지만 오늘 맞을 수 있다"는 진행요원의 말에 "그럼 나는 못 맞아요? 그럼 동사무소에서 알려줘야지"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안양실내빙상장 예방접종센터도 접종 대상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대기했으며, 90세 남편과 센터를 찾은 83세 할머니는 "동사무소에서 백신이 부족해 오늘은 남편만 접종을 받게 된다고 했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오늘부터 백신접종을 맞을 수 있다는 뉴스 등만 보고 무조건 찾아오시는 경우가 있다"면서 "접종 대상자와 접종일을 각 동사무소가 직접 해당자에 전화로 안내했는데도 잘 모르고 오늘 접종센터를 방문하신 것 같다.

안내에 더욱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김광호 김인유 김근주 김선형 박주영 최찬흥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