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전조' 스토킹…"처벌 강화됐지만 여전히 미흡"

반의사불벌죄 한계…"'피해자 보호 명령제' 도입해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지난달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스토킹이 자칫 폭행이나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반의사불벌 조항이 남아있는 데다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접근금지 조치를 신청할 수 없고 수사기관이 스토킹을 범죄가 아닌 개인 간 애정 문제로 치부하는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 반의사불벌죄 한계…"피해자 보호 방안도 시급"
올해 9월부터 시행될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이 범죄임을 규정하고 가해자 처벌, 절차에 관한 특례 등을 담고 있다.

법에 따라 상대방이 거부하는데도 계속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며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흉기 등을 휴대하면 5년 이하 징역·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에 꼭 필요한 조항들은 상당수 빠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이수연 변호사는 5일 "스토킹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은 큰 한계"라며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하도록 협박·회유하거나 가족들 걱정으로 신고를 못 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토킹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00m 이내 접근금지나 전화 등을 이용한 접근금지 등 응급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시각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임시조치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는 규정 준수를 담보할 수 없다"며 "가정폭력처벌법처럼 위반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의 신청과 법원 결정이 필요해 시간이 소요되는 응급조치 외에 '피해자 보호 명령제'를 도입해 보호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이수연 변호사는 "응급조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적극적인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스토킹=애정문제' 수사기관 시각도 바뀌어야
수사기관 등에서 스토킹을 '개인 간 일'이나 '애정 문제'로 여기던 시각이 바뀌지 않으면 큰 예방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스토킹을 겪었다는 대학생 A(25)씨는 "카페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자꾸 따라오던 남자에게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집 근처에 흔적을 남겨 경찰에 신고했지만, '딱히 해를 끼친 게 없네요'라며 가볍게 여겨 허탈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B(29)씨도 "전 남자친구에게 지속적인 스토킹과 협박을 당했는데 가해자와 경찰 모두 범죄로 인식하지 않더라"며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법 시행 후에도 신고를 망설일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스토킹에 대한 인식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연 변호사는 "이제까지 입법이 힘들었던 것도 스토킹을 범죄로 여기지 않던 관행 때문인데, 일선 수사기관에도 그런 시각이 남아 있으면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며 "조문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처벌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