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수에즈 운하 사고 나자 북극항로 띄운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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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항로 존재감 부각하려 안간힘…상업용 항로 핵심은 '경제성'
트루트녜프 부총리 "현재보다 물자 수송 더 비싸지 않아야" 강조
지난달 23일 400m 길이의 초대형 화물선인 '에버 기븐'(Ever Given)호가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좌초해 사상 초유의 마비 사태가 벌어지자 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 북극해 항로(NSR·Northern Sea Route)를 들고나왔다. 러시아는 세계 물동량의 12%가 지나는 국제적 교역 통로가 멈춰 서며 패닉 상태에 빠져버린 국제 해운업계 등을 상대로 북극해 항로의 가능성을 역설했다. 북극해 항로와 연관이 있는 러시아 정부 부처와 전문가들은 보란 듯 홍보전을 펼쳤다.
러시아 에너지부는 지난달 29일 자국 언론에 북극해 항로가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화물 운송 기간을 상당히 단축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니콜라이 코르추노프 러시아 외무부 북극대사 자국 언론을 통해 북극해 항로의 매력은 장기적, 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거들었다.
러시아가 주장하듯 북극해 항로는 수에즈 운하에 비해 분명한 이점을 지지고 있다.
러시아가 바라보는 기존 북극해 항로는 북극권 카르스키예 해협(Kara Strait)에서 추코트카 자치구에 있는 프로비데니야만(Providence Bay)까지 5천600㎞다. 러시아 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동부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북극해 항로를 활용해 선박으로 항해했을 때의 거리는 1만4천280㎞다.
러시아는 수에즈 운하를 돌아서 가는 항로보다 북극해 항로를 활용할 경우 선박의 항행 거리를 4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거리가 줄면서 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이로 인한 유류비 절감 효과도 상당하는 얘기다. 다만 현실적 제약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물류비용이다.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려면 쇄빙선 투입이 필수적이다.
쇄빙선을 이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는 것보다 더 비싸다.
러시아 정부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다.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인 유리 트루트녜프 러시아 부총리는 이달 초 북극해 항로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북극해 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한 운송보다 더 저렴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극해 항로가 미래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교역 통로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무엇보다 경제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북극해 항로가 안전한 수송로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서 화물선 전체가 꽁꽁 얼어붙는 혹한의 기후 등은 커다란 장애물이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환경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북극을 통한 해상 수송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생물다양성의 감소, 녹는 빙하의 가속화 등 막대한 환경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환경 피해 등을 이유로 북극해 항로 이용을 거부하는 국제 해운사들도 있다.
여러 논란에도 러시아는 결코 북극해 항로 개발을 포기할 뜻이 없어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4년까지 북극항로를 통한 화물량을 연간 8천만t까지 끌어올리라고 지시한 바 있다.
에너지부도 이런 목표 달성에 긍정적이다. 실제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북극항로를 통한 화물량은 3천300만t이었다.
이 가운데 1천800만t은 액화천연가스(LNG)였다.
러시아는 북극해 항로 개발과 북극권 에너지 개발 추진에 필요한 쇄빙 LNG 화물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긴급통신과 북극의 기후와 환경을 관찰하기 위한 기상위성 2개 중 1개를 지난 2월 우주로 쏘아 올리는 등 북극해 항로 개발을 위한 채비를 서서히 갖추고 있다.
/연합뉴스
트루트녜프 부총리 "현재보다 물자 수송 더 비싸지 않아야" 강조
지난달 23일 400m 길이의 초대형 화물선인 '에버 기븐'(Ever Given)호가 이집트 수에즈 운하에 좌초해 사상 초유의 마비 사태가 벌어지자 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 북극해 항로(NSR·Northern Sea Route)를 들고나왔다. 러시아는 세계 물동량의 12%가 지나는 국제적 교역 통로가 멈춰 서며 패닉 상태에 빠져버린 국제 해운업계 등을 상대로 북극해 항로의 가능성을 역설했다. 북극해 항로와 연관이 있는 러시아 정부 부처와 전문가들은 보란 듯 홍보전을 펼쳤다.
러시아 에너지부는 지난달 29일 자국 언론에 북극해 항로가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화물 운송 기간을 상당히 단축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니콜라이 코르추노프 러시아 외무부 북극대사 자국 언론을 통해 북극해 항로의 매력은 장기적, 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거들었다.
러시아가 주장하듯 북극해 항로는 수에즈 운하에 비해 분명한 이점을 지지고 있다.
러시아가 바라보는 기존 북극해 항로는 북극권 카르스키예 해협(Kara Strait)에서 추코트카 자치구에 있는 프로비데니야만(Providence Bay)까지 5천600㎞다. 러시아 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동부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북극해 항로를 활용해 선박으로 항해했을 때의 거리는 1만4천280㎞다.
러시아는 수에즈 운하를 돌아서 가는 항로보다 북극해 항로를 활용할 경우 선박의 항행 거리를 4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거리가 줄면서 시간이 크게 단축되고 이로 인한 유류비 절감 효과도 상당하는 얘기다. 다만 현실적 제약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물류비용이다.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려면 쇄빙선 투입이 필수적이다.
쇄빙선을 이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는 것보다 더 비싸다.
러시아 정부 역시 이를 인식하고 있다.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인 유리 트루트녜프 러시아 부총리는 이달 초 북극해 항로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북극해 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통한 운송보다 더 저렴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극해 항로가 미래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교역 통로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무엇보다 경제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북극해 항로가 안전한 수송로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서 화물선 전체가 꽁꽁 얼어붙는 혹한의 기후 등은 커다란 장애물이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환경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북극을 통한 해상 수송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생물다양성의 감소, 녹는 빙하의 가속화 등 막대한 환경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환경 피해 등을 이유로 북극해 항로 이용을 거부하는 국제 해운사들도 있다.
여러 논란에도 러시아는 결코 북극해 항로 개발을 포기할 뜻이 없어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4년까지 북극항로를 통한 화물량을 연간 8천만t까지 끌어올리라고 지시한 바 있다.
에너지부도 이런 목표 달성에 긍정적이다. 실제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북극항로를 통한 화물량은 3천300만t이었다.
이 가운데 1천800만t은 액화천연가스(LNG)였다.
러시아는 북극해 항로 개발과 북극권 에너지 개발 추진에 필요한 쇄빙 LNG 화물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함께 긴급통신과 북극의 기후와 환경을 관찰하기 위한 기상위성 2개 중 1개를 지난 2월 우주로 쏘아 올리는 등 북극해 항로 개발을 위한 채비를 서서히 갖추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