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company] 불붙은 국내 프로탁업계…“옥석 가려지는 한 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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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탁 시장에서 올해는 매우 중요 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아비나스의 프로탁 경구 약물인 ‘ARV-766’을 포함해 카이메라 테라퓨틱스, 누릭스 테라퓨틱스, C4 테라퓨틱스, 컬젠 등 미국 프로탁 회사의 파이프라인들이 모두 임상 1상 진입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으로 최소한 15개의 디그레이더가 임상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바람은 국내에서도 유효하다. 국내의 10여 개 바이오텍이 프로탁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부분 3~4년 전에 설립돼 아직 파이프라인 탐색 단계로, 빠르면 올해 말에는 전임상에 진입하는 파이프라인이 등 장할 것으로 보인다.프로탁 이용하면 타깃 단백질 결합력
저분자 약물 대비 5배 높아져
바이오텍이 속도전을 내는 동안 국내 중견 제약사들은 수면 아래서 프로탁 기술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유한양행은 프로탁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도입한 기술 후보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독, 동아에스티 등도 프로탁 기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올해 초 미국 바이오텍인 로이반트와 함께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미국 프로탁 치료제 시장에 진출했다. 로이반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6개의 프로탁 신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로이반트와 함께 개발 중인 항암 분해 신약을 내년 중 임상에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중견 제약사들이 프로탁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간 약물로 개발되지 못했던 타깃 단백질들을 프로탁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프로탁을 이 용한 ‘undruggable’ 타깃의 약물이 개발된다면 혁신신약(first in class),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약물 개발이 불가능한(undruggable)’ 타깃 중 대다수는 구조상 물질이 달라붙기가 어렵다. 약물이 달라붙어야 하는 활성 부위에 적당한 ‘포켓’이 없거나, 안쪽으로 숨겨져 있다. 대표적인 타깃이 여러 암종의 원인으로 밝혀진 ‘K-RAS’다. 표면에 포켓이 없는 K-RAS는 수십년간 제약사들이 약물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프로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적합한 모달리티다. 약물은 반드시 타깃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결합해 기능을 저해해야 하지만, 프로탁은 활성 부위가 아니더라도 단백질에 붙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결합 가능 범위가 훨씬 넓다.
또 약물과 타깃 단백질의 결합력보다 프로탁과 타깃 단백질, E3 리가아제가 모두 결합하는 ‘삼중 복합체(Ternary Complex)’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약물의 결합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프로탁을 이용하면 타깃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다. 심태보 연세대 의대 교 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짧은 시간이라도 삼중 복합체를 형성하기만 하면 분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심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 <셀>에 프로탁 기술로 분해가 가능한 200여 개의 카이네이스(키나아제 인산화효소) 지도를 공개했다. 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카이네이스의 경우 일반 저해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프로탁을 이용할 경우 결합력이 5배가량 높아진다.
새로운 E3 리가아제 발굴이 기업의 경쟁력
프로탁이 가능성이 큰 기술이긴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가시적인 성과는 부재하다. 때문에 선뜻 투자 의지를 밝히는 국내 제약사는 극히 드물다.
가장 먼저 수면 위로 올라온 곳은 JW중외제약이다. 지난해 JW중외제약은 보로노이와 STAT3을 타깃으로 하는 디그레이더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STAT3은 종양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핵심 물질이다. JW중외제약은 현재 STAT3 타깃의 저분자 약물을 개발해 전임상 단계를 마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 약물이 프로탁의 워헤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호필수 JW중외제약 상무는 “아무리 좋은 약 물이라도 저항성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프로탁은 단백질을 완전히 분해해버리는 것으로 저항성 문제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 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JW중외제약의 사례처럼 향후 국내 프로탁의 흐름은 제약사들이 가진 워헤드(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저분자 약물)와 바이오텍이 개발한 프로탁 플랫폼 기술이 합쳐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워헤드의 경우 바이오텍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기가 어려울뿐 더러, 주요 워헤드들은 국내외 제약사들에게 특허권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특허권이 끝난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규모가 작은 바이오텍이 워헤드까지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프로탁의 세 가지 구성요소 중 워헤드를 제외하면 남는 것은 두 가지다. 링커와 E3 리가 아제에 붙는 리간드다. 대부분의 국내 바이 오텍의 경쟁력 역시 이 두 군데서 온다. 심 교수는 “새로운 E3 리가아제의 발굴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고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체내에 존재하는 E3 리가아제는 600개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현재 프로탁에 사용되는 리가아제는 주로 CRBN, VHL , MDM2, clAP, 베타-TRCP 등 5가지 정도다. 연구 단계에서 결합이 가능한 바인더가 밝혀 진 것이 많지 않아서다.
유혜동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대표는 “지식재산권 문제도 있지만, 프로탁도 결국은 약물이기 때문에 쓰다 보면 E3 리가아제에 내성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E3 리가아제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E3 리가아제 라이브러리·링커 확보 등 국내 바이오텍 기반 기술 확보 중
국내에서는 이노큐어테라퓨틱스와 업테라가 체내의 질병 단백질과 E3 리가아제의 분포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화했다.
프로탁의 개념만 보면 모든 질병 단백질을 다 분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표적하는 기관에 질병 단백질과 E3 리가아제가 둘 다 풍부하게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조직에 있더라도 하나는 세포막 근처에 있고, 다른 하나는 세포핵 내부에 몰려서 분포한다면, 이 역시 분해가 어렵다.
두 기업은 여러 E3 리가아제 중 질병 단백질과 일종의 ‘궁합’이 잘 맞는 리가아제를 선별 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 이노큐어테라퓨틱스의 ‘티디범(TDbUM)’, 업테라의 ‘업그레이더 플랫폼(UPPGR ADER Platform)’이다. 각사가 확보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가장 효율이 뛰어난 프로탁 구조를 발굴한다.
최시우 업테라 대표는 “데이 터베이스는 어떤 E3 리가아제에 집중할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혜동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대표 역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지 않으면, 프로탁의 효능이 뛰어나거나 부족한 이유를 파악하기 어려워 약물 개발 중 난항에 빠질 수 있다”며 중요성 을 강조했다.
E3 리아가제 발굴 못지않게 링커도 중요하다. 타깃 단백질의 구조에 따라 E3 리가아제가 붙는 위치나 각도 등이 다 달라진다. 링커의 길이, 특성 등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가령 E3 리가아제는 ‘리신(Lys)’이라는 아미노산 잔기에 유비퀴틴을 붙인다. 타깃 단백질에서 리신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E3 리가아제가 달라붙은 위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최환근 보로노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리신의 위치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링커의 길이, 고정형인지 유동형인지의 여부, 선형인지 아닌지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며 “완벽한 삼중 복합체를 형성하려면 링커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보로노이는 자체 보유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해 적합한 링커를 선별할 계획이다. 프로탁 약물의 분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인공지능이 큰 전력이 될 전망이다.
링커의 물성을 조절해 프로탁의 세포 투과성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1000달톤 내외의 프로탁은 저분자 약물에 비해 세포 투과성이 낮다. 하지만 워헤드나 바인더의 크기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바인더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바인더의 크기가 작아지면 선택성이 떨어져서다.
최 CTO는 “링커의 물성을 바꾸면 약물 전체의 물성이 바뀐다”며 “친수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탁 경험 있는 인재 영입해 전임상까지 속도 높여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는 프로탁 약물 개발이 아직 초기 단계로, 관련 경험이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이노큐어테라퓨틱스의 유혜동 대표는 프로탁과 분자 접착제 기술을 오랫동안 연구한 셀진에서 신약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현재 9명의 화학 분야 박사가 프로탁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보로노이의 경우 프로탁이 태동한 연구실 출신의 인재를 영입했다. 보로노이 CTO인 최환근 박사는 미국 하버드대 다나파버암센터(DFCI)에서 단백질 디그레이더 센터장인 나다니엘 그레이 교수와 함께 일했다. 프로탁 연구팀의 고은화 박사는 프로탁을 처음 정의한 미국 예일대의 크레이그 크루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업테라와 핀테라퓨틱스는 신약 개발 경험이 있는 인재 영입에 집중했다. 업테라의 최시우 대표를 포함해 개발, 전략 등의 총괄을 맡 고 있는 인사들은 모두 셀트리온 출신의 연구자다. 셀트리온에서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사업화한 경험이 있는 5명의 연구진이 모여 설립했다. 현재 의약화학, 바이오 등에 포진한 박사 연구진이 12명이다.
핀테라퓨틱스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춰 화이자, MSD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신약 개발을 했던 임원급 인사들의 힘을 빌렸다. 조현선 핀테라퓨틱스 대표는 “미국에는 일선에서 물러난 인재들이 프리랜서로 바이오텍의 업무를 관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2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글로벌 제약사 출신 프리랜서가 약물 개발 및 사업화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라퓨틱스는 미국에서 출발해 한국 지사를 설립한 뒤, 2018년 한국 회사를 모회사로 변경한 바 있다. 미국에 지사가 있는 만큼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프로탁 기업은 아직 탐색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올해 말 전임상에 진입할 파이프라인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 탐색 단계이다 보니 각 사가 정확한 파이프라인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이노큐 어테라퓨틱스는 암질환·뇌질환 분야, 업테라는 소세포폐암, 골수종 등 여러 암종과 심혈관계, 핀테라퓨틱스는 면역질환과 CK1-α (Casein Kinase type 1 alpha)를 타깃으로 파이프라인을 구축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많은 기업이 자사가 보유한 기술이나 파이프라인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어느 정도 물질 탐색을 끝내고 나면 기업 간 기술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
이런 바람은 국내에서도 유효하다. 국내의 10여 개 바이오텍이 프로탁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부분 3~4년 전에 설립돼 아직 파이프라인 탐색 단계로, 빠르면 올해 말에는 전임상에 진입하는 파이프라인이 등 장할 것으로 보인다.프로탁 이용하면 타깃 단백질 결합력
저분자 약물 대비 5배 높아져
바이오텍이 속도전을 내는 동안 국내 중견 제약사들은 수면 아래서 프로탁 기술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유한양행은 프로탁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도입한 기술 후보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독, 동아에스티 등도 프로탁 기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올해 초 미국 바이오텍인 로이반트와 함께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미국 프로탁 치료제 시장에 진출했다. 로이반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6개의 프로탁 신약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로이반트와 함께 개발 중인 항암 분해 신약을 내년 중 임상에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처럼 많은 중견 제약사들이 프로탁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간 약물로 개발되지 못했던 타깃 단백질들을 프로탁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프로탁을 이 용한 ‘undruggable’ 타깃의 약물이 개발된다면 혁신신약(first in class),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약물 개발이 불가능한(undruggable)’ 타깃 중 대다수는 구조상 물질이 달라붙기가 어렵다. 약물이 달라붙어야 하는 활성 부위에 적당한 ‘포켓’이 없거나, 안쪽으로 숨겨져 있다. 대표적인 타깃이 여러 암종의 원인으로 밝혀진 ‘K-RAS’다. 표면에 포켓이 없는 K-RAS는 수십년간 제약사들이 약물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프로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적합한 모달리티다. 약물은 반드시 타깃 단백질의 활성 부위에 결합해 기능을 저해해야 하지만, 프로탁은 활성 부위가 아니더라도 단백질에 붙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결합 가능 범위가 훨씬 넓다.
또 약물과 타깃 단백질의 결합력보다 프로탁과 타깃 단백질, E3 리가아제가 모두 결합하는 ‘삼중 복합체(Ternary Complex)’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즉 약물의 결합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프로탁을 이용하면 타깃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다. 심태보 연세대 의대 교 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짧은 시간이라도 삼중 복합체를 형성하기만 하면 분해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심 교수는 최근 국제학술지 <셀>에 프로탁 기술로 분해가 가능한 200여 개의 카이네이스(키나아제 인산화효소) 지도를 공개했다. 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카이네이스의 경우 일반 저해제를 사용하는 것보다 프로탁을 이용할 경우 결합력이 5배가량 높아진다.
새로운 E3 리가아제 발굴이 기업의 경쟁력
프로탁이 가능성이 큰 기술이긴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라 가시적인 성과는 부재하다. 때문에 선뜻 투자 의지를 밝히는 국내 제약사는 극히 드물다.
가장 먼저 수면 위로 올라온 곳은 JW중외제약이다. 지난해 JW중외제약은 보로노이와 STAT3을 타깃으로 하는 디그레이더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STAT3은 종양세포 성장에 관여하는 핵심 물질이다. JW중외제약은 현재 STAT3 타깃의 저분자 약물을 개발해 전임상 단계를 마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 약물이 프로탁의 워헤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호필수 JW중외제약 상무는 “아무리 좋은 약 물이라도 저항성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프로탁은 단백질을 완전히 분해해버리는 것으로 저항성 문제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 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JW중외제약의 사례처럼 향후 국내 프로탁의 흐름은 제약사들이 가진 워헤드(표적 단백질에 결합하는 저분자 약물)와 바이오텍이 개발한 프로탁 플랫폼 기술이 합쳐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워헤드의 경우 바이오텍이 자체적으로 개발하기가 어려울뿐 더러, 주요 워헤드들은 국내외 제약사들에게 특허권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특허권이 끝난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규모가 작은 바이오텍이 워헤드까지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프로탁의 세 가지 구성요소 중 워헤드를 제외하면 남는 것은 두 가지다. 링커와 E3 리가 아제에 붙는 리간드다. 대부분의 국내 바이 오텍의 경쟁력 역시 이 두 군데서 온다. 심 교수는 “새로운 E3 리가아제의 발굴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고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체내에 존재하는 E3 리가아제는 600개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현재 프로탁에 사용되는 리가아제는 주로 CRBN, VHL , MDM2, clAP, 베타-TRCP 등 5가지 정도다. 연구 단계에서 결합이 가능한 바인더가 밝혀 진 것이 많지 않아서다.
유혜동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대표는 “지식재산권 문제도 있지만, 프로탁도 결국은 약물이기 때문에 쓰다 보면 E3 리가아제에 내성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E3 리가아제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E3 리가아제 라이브러리·링커 확보 등 국내 바이오텍 기반 기술 확보 중
국내에서는 이노큐어테라퓨틱스와 업테라가 체내의 질병 단백질과 E3 리가아제의 분포를 파악해 데이터베이스화했다.
프로탁의 개념만 보면 모든 질병 단백질을 다 분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표적하는 기관에 질병 단백질과 E3 리가아제가 둘 다 풍부하게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조직에 있더라도 하나는 세포막 근처에 있고, 다른 하나는 세포핵 내부에 몰려서 분포한다면, 이 역시 분해가 어렵다.
두 기업은 여러 E3 리가아제 중 질병 단백질과 일종의 ‘궁합’이 잘 맞는 리가아제를 선별 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확보했다. 이노큐어테라퓨틱스의 ‘티디범(TDbUM)’, 업테라의 ‘업그레이더 플랫폼(UPPGR ADER Platform)’이다. 각사가 확보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가장 효율이 뛰어난 프로탁 구조를 발굴한다.
최시우 업테라 대표는 “데이 터베이스는 어떤 E3 리가아제에 집중할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혜동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대표 역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돼 있지 않으면, 프로탁의 효능이 뛰어나거나 부족한 이유를 파악하기 어려워 약물 개발 중 난항에 빠질 수 있다”며 중요성 을 강조했다.
E3 리아가제 발굴 못지않게 링커도 중요하다. 타깃 단백질의 구조에 따라 E3 리가아제가 붙는 위치나 각도 등이 다 달라진다. 링커의 길이, 특성 등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가령 E3 리가아제는 ‘리신(Lys)’이라는 아미노산 잔기에 유비퀴틴을 붙인다. 타깃 단백질에서 리신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E3 리가아제가 달라붙은 위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최환근 보로노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리신의 위치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링커의 길이, 고정형인지 유동형인지의 여부, 선형인지 아닌지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며 “완벽한 삼중 복합체를 형성하려면 링커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보로노이는 자체 보유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해 적합한 링커를 선별할 계획이다. 프로탁 약물의 분해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인공지능이 큰 전력이 될 전망이다.
링커의 물성을 조절해 프로탁의 세포 투과성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1000달톤 내외의 프로탁은 저분자 약물에 비해 세포 투과성이 낮다. 하지만 워헤드나 바인더의 크기를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바인더를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바인더의 크기가 작아지면 선택성이 떨어져서다.
최 CTO는 “링커의 물성을 바꾸면 약물 전체의 물성이 바뀐다”며 “친수성을 높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탁 경험 있는 인재 영입해 전임상까지 속도 높여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는 프로탁 약물 개발이 아직 초기 단계로, 관련 경험이 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이노큐어테라퓨틱스의 유혜동 대표는 프로탁과 분자 접착제 기술을 오랫동안 연구한 셀진에서 신약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현재 9명의 화학 분야 박사가 프로탁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보로노이의 경우 프로탁이 태동한 연구실 출신의 인재를 영입했다. 보로노이 CTO인 최환근 박사는 미국 하버드대 다나파버암센터(DFCI)에서 단백질 디그레이더 센터장인 나다니엘 그레이 교수와 함께 일했다. 프로탁 연구팀의 고은화 박사는 프로탁을 처음 정의한 미국 예일대의 크레이그 크루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업테라와 핀테라퓨틱스는 신약 개발 경험이 있는 인재 영입에 집중했다. 업테라의 최시우 대표를 포함해 개발, 전략 등의 총괄을 맡 고 있는 인사들은 모두 셀트리온 출신의 연구자다. 셀트리온에서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사업화한 경험이 있는 5명의 연구진이 모여 설립했다. 현재 의약화학, 바이오 등에 포진한 박사 연구진이 12명이다.
핀테라퓨틱스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춰 화이자, MSD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신약 개발을 했던 임원급 인사들의 힘을 빌렸다. 조현선 핀테라퓨틱스 대표는 “미국에는 일선에서 물러난 인재들이 프리랜서로 바이오텍의 업무를 관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2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글로벌 제약사 출신 프리랜서가 약물 개발 및 사업화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라퓨틱스는 미국에서 출발해 한국 지사를 설립한 뒤, 2018년 한국 회사를 모회사로 변경한 바 있다. 미국에 지사가 있는 만큼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프로탁 기업은 아직 탐색 단계에 머물러 있다. 올해 말 전임상에 진입할 파이프라인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직 탐색 단계이다 보니 각 사가 정확한 파이프라인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이노큐 어테라퓨틱스는 암질환·뇌질환 분야, 업테라는 소세포폐암, 골수종 등 여러 암종과 심혈관계, 핀테라퓨틱스는 면역질환과 CK1-α (Casein Kinase type 1 alpha)를 타깃으로 파이프라인을 구축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많은 기업이 자사가 보유한 기술이나 파이프라인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어느 정도 물질 탐색을 끝내고 나면 기업 간 기술 차이가 확연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4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