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맞은 천주교…70년 만에 '신자 증가폭' 최저

2020년 신자 수 증가율 0.15%…1954년 이후 최저치
세례·성사 참여 모두 지장…'TV·유튜브' 주말 미사 시청 급증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작년 한국 천주교회 신자 수 증가율이 거의 7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낸 '한국 천주교회 통계 2020'에 따르면 작년 12월 31일 기준 전국 16개 교구가 집계한 신자 수는 592만3천300명으로 전년도보다 0.15%(8천631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20년 신자 수 증가율은 2018년 0.9%, 2019년 0.8%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020년 신자 수 증가율은 통계 집계가 여러 이유로 어려웠던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때를 제외하고서 1954년을 첫 기준으로 삼았을 때 근 70년 만에 최저치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총인구(5천297만4천563명) 대비 가톨릭 신자 비율은 11.2%였다.

2020년에는 세례를 받은 사람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세례를 받은 사람은 3만285명으로 전년도 8만1천39명보다 62.6% 감소했다. 모든 교구에서 60% 안팎의 감소율을 보인 가운데, 국방부 지침에 따라 방역수칙이 가장 엄격하게 적용된 군종교구는 신규 세례자 수가 전년보다 78.7% 줄었다.

지난해 혼인성사를 받은 경우는 7천915건으로 전년 1만3천878건보다 43% 감소했다.

이밖에 견진성사가 -61.4%, 병자성사 -43.5%, 고해성사 -54.8%, 첫영성체 -53.9%로 2020년에 비해 모두 줄었다. 2020년 통계에서는 주일미사 참여자 수를 집계하지 않았다.

코로나 여파로 공동체 미사 유보나 참례자수 제한 조치가 있었고, 같은 교구 안에서도 지역별로 조치사항이 달라 집계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주교회의 측은 설명했다.
다만 대부분 미사에서 이뤄지는 예식인 영성체 횟수가 3천764만3천389회로 전년 8천811만6천793회보다 57% 감소한 것을 미뤄볼 때 코로나19가 미사를 비롯한 신앙생활에 큰 지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됐다.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이번 통계에 덧붙인 '사목적 시사점'이라는 글을 통해 "대면 중심으로 이뤄지는 성사 전례가 코로나19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고 진단했다.

반면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면서 TV나 유튜브를 통한 미사 시청은 급증했다.

작년 3월 초부터 연말까지 가톨릭평화방송 TV 주일미사 평균 시청률은 0.187%로, 2019년도 0.030%에서 큰 폭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평화방송 유튜브 주일미사 조회 수는 250만1천274회로 무려 555% 증가했다.

연구소 측은 "코로나19 아래서 주일 미사 참여가 어려워진 상황에 많은 신자가 평화방송의 텔레비전과 유튜브 미사를 통해 성찬례 참여의 열망을 해소하고자 노력했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인 미사 전례의 중요성에 대한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직자 수는 추기경 2명을 포함해 주교 40명, 신부 5천538명(한국인 5천382명·외국인 156명) 등 총 5천578명이었다.

전년도 5천522명보다 56명 늘었다.

현장 사목에 집중하는 교구 신부(4천582명)의 연령 분포는 40∼44세 비율이 15.0%, 45∼49세 14.9%, 50∼54세 12.8% 등의 순이었다.

이는 전년도 연령 분포 순서인 45∼49세> 40∼44세> 35∼39세와 비교해 신부 연령층이 고령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미래 성직자로 볼 수 있는 신학생 수는 1천209명으로, 전년도보다 28명(2.3%) 줄었다. 입학생 수도 139명에 그쳐 전년도보다 6명(4.1%) 감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