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더럽히지 마라"…日 방류 결정에 시민사회 반발 확산

시위참가자 "후손에 물려줄 바다를 핵 쓰레기장으로 만들겠다는 것"

일본 정부가 13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해양(태평양)으로 흘려보내 처분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일본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원전 반대 운동을 펼치는 '사요나라(안녕) 원자력발전 1천만인 행동(액션) 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는 이날 낮 도쿄 총리 관저 앞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실행위는 약 300명의 일반 시민이 참가한 이날 집회에서 "(일본 정부가) 여론에 도전하는 해양방류를 결정한 것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오염수 저장탱크 부지를 늘려 육상보관을 계속하거나 방류가 아닌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오염수에 다량 함유된 방사성 물질인 트리튬(삼중수소)이 체내에 축적되면 세포와 DNA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며 희석해 방류하면 괜찮다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를 이끈 이노우에 도시히로(井上年弘) 원수폭금지일본국민회의 사무국 차장은 일본 국민 다수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방류에 반대한다면서 정부의 잘못된 결정에 항의하는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마라'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국민무시' 등의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앞세우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게 해양방류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요코하마(橫浜)시민자치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구라타 겐(倉田謙·73) 씨는 "사고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를 흘려보내겠다는 것은 바다를 (핵) 쓰레기장으로 만들겠다는 얘기"라며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나라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바다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느냐"고 반문한 뒤 "세계 사람들이 일본을 어떻게 보겠느냐. 일본의 '모럴'(도의)을 무너뜨렸다"고 오염수 방류 처분을 결정한 스가 정부에 날을 세웠다.
'원자력 규제를 감시하는 시민 모임' 등 다른 일본 시민단체들도 전날 도쿄 참의원 의원회관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연 뒤 총리 관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에 동참한 '더 이상 바다를 더럽히지 마라! 시민회의' 활동가인 가타오카 데루미(片岡輝美·후쿠시마현 거주) 씨는 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어업인을 비롯한 후쿠시마 현민, 이 나라에 사는 사람들, 전 세계 사람들의 반대 민의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도쿄전력은 2015년 8월 어업인과 교환한 협정문을 통해 오염수 문제 등과 관련해 국민적 이해를 얻지 못하는 대응은 하지 않기로 했었다며 이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원전사고피해자단체연락회에서 활동하는 곤노 스미오(今野寿美雄) 씨는 "오염수 방류로 수산자원이 전부 못 쓰게 될 것"이라며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그걸 검토하지 않고 (처리 비용이 적게 드는) 방류안에 집착하는 것은 돈을 우선하고 사람 생명을 생각하지 않는 처사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오염수 해양방류를 앞장서서 반대해온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의 기시 히로시(岸宏) 회장은 이날 일본 정부가 해양방류를 결정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고,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면서 "후쿠시마현뿐만 아니라 일본 전국 어업자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