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칩 부족' 불똥…'품절 사태' 벌어진 미국 렌터카 시장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12~13일 가동이 일시 중단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진=연합뉴스
미국에서 렌터카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접종률이 상승하면서 여행 수요는 늘어난 반면 렌터카 공급은 부족해서다. 코로나19와 반도체 칩 부족의 여파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각지에서 렌터카 예약이 조기 마감되고 비용이 상승했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전 미국에서 렌터카를 하루 사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39달러였다. 하지만 지난 9일 미 시카고 오헤어공항에서 렌터카를 하루 이용하려면 최소 117달러(사용 일주일 전 예약 기준)를 내야 했다. 렌터카가 부족하다보니 예약을 했어도 바로 인수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VIP 고객 우대도 사라졌고 예약한 차량 대신 다른 모델을 인수해야 하는 상황도 늘어났다. 미국의 주요 렌터카 업체인 허츠, 에이비스, 엔터프라이즈는 “렌터카 부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던 미 렌터카 업체들은 보유하고 있던 차량을 중고차시장에서 처분해 현금을 확보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허츠의 렌터카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2% 감소한 30만대 이하로 줄었다. 허츠는 지난해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에이비스는 지난해 렌터카 25만대를 팔았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렌터카 수요도 급증했다. 문제는 렌터카업체들이 신차를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칩 부족으로 주요 자동차기업들이 차량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에이브럼스 컨설팅의 닐 에이브럼스 대표는 “내년 하반기나 돼야 렌터카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며 “당분간 렌터카를 쓰기 위해 과거보다 거액을 지불하는데 익숙해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WSJ는 “미국에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은 항공권과 숙소보다 렌터카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