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쉬어야" 상병수당 논의하는 정부, 재원 2조원 어떻게?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상병수당 도입 논의를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아프면 쉴 수 있어야한다'는 주장이 정부와 시민사회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제도 도입 논의를 위해 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하지만 상병수당 도입을 위해선 2조원에 육박하는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면서 국가재정이 또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프면 쉴 권리 달라"

보건복지부는 이날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상병수당 제도기획자문위원회 1차회의를 열었다. 공동자문위원장을 맡은 강도태 복지부 2차관은 “상병수당은 감염병 예방뿐 아니라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을 방지하고, 근로자가 건강하게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편적 건강보장 달성에 기여하는 중요한 제도”라며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여건과 상황에 맞는 상병수당 제도를 만들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상병수당’ 제도란 근로자가 업무와 관계없는 질병·부상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불가한 경우,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소득을 일정 부분 보장해 주는 사회보장제도를 말한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이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곳은 한국과 미국의 일부 주 정도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한국은 몇년전부터 제도 도입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재원 마련 곤란 등의 이유로 도입이 되지 않고 있었다. 지난해 코로나19를 겪으며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고, 상병수당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시범사업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체결된 노·사·정의 사회적 협약에도 상병수당 논의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초 신년사에서 "상병수당 등 안전망 확충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조원 재원 어떻게?

문제는 재원이다. 지난 2019년 건강보험공단연구원이 상병수당 제도도입에 다른 재정추계를 한 결과를 보면 모형 설계 방식에 따라 적게는 8055억원에서 많게는 1조7718억원까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됐다. GDP의 0.04~0.1%에 해당한다.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의 경우 GDP대비 상병수당 지출 규모가 1.1%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수조원의 재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조원에 육박하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재원조달 방안을 자문위원회를 통해 구상한다는 방침이다. 세금을 걷어 상병수당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부터, 수혜자가 낸 사회보험료를 이용하는 방안까지 폭넓은 논의가 예상된다.전문가들은 상병수당이 도입되면 기업과 개인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세금을 더 내거나, 준조세로 여겨지는 사회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사회보험 형태로 도입할 경우 특수고용직 등의 수혜 여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최근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을 통해 특고 종사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주기로 하면서 일반 근로자 계정과 분리하지 않기로 했다. 특고 종사자가 자발적으로 일감을 줄여 소득이 감소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일반 근로자들은 '보험료는 일반 근로자가 내는데 혜택은 특고 종사자가 받아간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상병수당 도입 과정에서도 이같은 논란이 또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회의에는 민간부문 공동자문위원장인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국장, 보건·노동·경제분야 전문가, 이해관계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