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의 영웅' 대한항공 임동혁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임동혁(22·대한항공)은 챔피언결정 4차전 당일 '선발 출전'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떨리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경기 체질인 것 같습니다.

"
실제로 그랬다.

임동혁은 15일 서울시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프로배구 챔피언결정 4차전에서 57.69%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18점을 올렸다. 임동혁과 팀 선배 정지석이 4차전 경기 최다 득점자였다.

대한항공은 이날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0(25-23 25-19 25-19)으로 꺾고, 5전3승제 챔피언결정전 승부를 원점(2승 2패)으로 돌렸다.

벼랑 끝에 몰렸던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은 이날 임동혁을 라이트로 기용하고,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를 레프트로 썼다. 수비에 강점 있는 레프트 곽승석을 웜업존에 두고, 임동혁과 요스바니를 동시에 쓰며 공격력 강화를 꾀했다.

산틸리 감독의 작전은 통했다.

앞선 챔피언결정 1∼3차전에서 교체 선수로만 짧게 출전하며 4득점에 그쳤던 임동혁은 3세트만 치른 4차전에서 18점을 쏟아냈다. 경기 뒤 만난 임동혁은 "오전에 미팅하면서 선발 출전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처음에는 떨렸는데 웜업을 하면서 조금 차분해졌고, 경기를 시작하니까 긴장감이 사라졌다.

내가 경기 체질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는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강하다.

'큰 경기에 뛸 기회가 있다면, 활약해서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선발 출전할 기회가 오고, 마침 팀도 승리해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사실 임동혁은 이미 '정규리그 우승의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대한항공이 재계약한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는 무릎 부상을 당해 10경기에서 159점만 올리고, 지난해 12월 팀을 떠났다.

요스바니를 대체 선수로 영입했지만, 요스바니는 2주 동안 자가 격리를 마치고, 1월 22일에 합류했다.

외국인 선수의 공백을 임동혁이 메웠다.

앞선 3시즌에 총 111득점 했던 임동혁은 이번 시즌 506득점 하며 단박에 '국가대표급 라이트'로 우뚝 섰다.

정지석은 "비예나가 빠졌을 때도 임동혁이 등장해 '난세의 영웅'이 됐다"며 "오늘도 임동혁이 위기에 빠진 우리 팀을 구했다"라고 후배를 칭찬했다.

이제 임동혁은 '주포'로 챔피언결정전을 끝낼 기회를 얻었다.

대한항공은 17일 홈 인천 계양 체육관에서 우리카드와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임동혁은 "5차전에 내가 어떤 역할을 할지 모르겠지만, 팀 승리에 공헌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