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발해 건국 새 추정지 나와…"고구려 관련성 강화" 관측

지린성 둔화→투먼…중국 당국, 지난해 '10대 고고학 발견' 선정
中, 후대국가 '동하' 전면에 내세워…"발해 관련 기존 中논리 흔들려"
중국이 발해사 최대 쟁점 중 하나인 건국지점 동모산의 위치로 추정되는 새로운 지역을 찾았다며, 이 유적을 주요 고고학적 발견이라고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중국 문화재당국인 국가문물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동모산으로 추정되는 지린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투먼(圖們)시 마반(磨盤·모판)촌 산성 유적지가 '2020년 중국 10대 고고학 발견'에 포함됐다.

발굴을 진행한 지린성 문물고고연구소는 이곳이 "대조영이 무리를 거느리고 동모산에 근거해 성을 쌓고 살았다"는 발해 건국 시기의 성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동모산이 지린성 둔화(敦化)에 소재한 성산자(城山子·청산쯔) 산성으로 추정됐던 것과 다른 것이다. 마반촌 산성은 성산자 산성보다 한반도에 가까운 동남쪽에 위치하며, 2006년 중국의 전국 중점 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된 뒤 2013년부터 작년까지 8년에 걸쳐 발굴이 이뤄졌다.

지린성 문물고고연구소는 "어느 시대에 속하는지 여전히 논쟁이 많다"면서도 "현재 증거로 봤을 때 유적에서 나온 봉황무늬 와당(기와)은 육정(六頂·류딩)산 발해 고분군의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또 "여기서 출토된 격자무늬 평기와 등은 고구려와 발해초 유물에서 모두 발견된다"면서 "연꽃무늬 와당 등은 (고구려 유적인) 환도(丸都)산성과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연구소는 "마반촌 산성 초기 유물의 연대는 고구려말과 발해초 사이"라면서 "다만 정확히 문화적으로 어디에 속하는지 확정하기 위해서는 고고학적 증거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발굴작업에서 나온 유적지 약 80곳과 유물 5천여 점 중에는 발해 뿐만 아니라 후대 국가인 동하(東夏·1215~1233년) 때 것들도 다수다.

국가문물국의 위탁을 받아 중국고고학회와 국가문물국 주관매체 중국문물보가 매년 선정하는 '중국 10대 고고학 발견'에서는, 이곳이 동하 난징(南京)성으로 확인됐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워 주요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동하의 역사가 10여년에 불과한 점 등을 감안하면, 발해 건국지역 추정지 근거가 나온 점이 더욱 역사적으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상선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마반촌 산성이 선정된 것은 동하보다는 발해 관련 내용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발해 관련 발견을 지나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식으로 발표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동모산 추정 위치가 바뀔 경우 발해사 관련 중국의 기존 논리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중국학계의 고민이 큰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학계는 기존 추정지역에 말갈족 요소가 강했다는 점을 들어 발해가 말갈족에 의해 세워졌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투먼에 있는 마반촌 산성은 그 당시 완전히 고구려 지역이었던 만큼, 이번 발견으로 발해가 고구려 땅에서 고구려 주민에 의해 건국됐다는 데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임 연구위원은 "이는 중국학자들이 동의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선정을 계기로 발해 관련 유적 조사가 늘어나고, 중국이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중국은 그동안 고구려·발해 등 한국 고대사를 자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을 시도해 논란이 된 바 있으며, 최근 들어 '중화민족 공동체론'을 내세워 자국 내 소수민족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견으로 발해와 고구려의 연관성을 부정하기 어려워진 만큼, 중국이 아예 고구려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