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만에 엇갈린 위안부판결…'외교 공간' 생겼지만 고민은 가중(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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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면제 인정하며 일본 배상 책임 뒤집어…정부 대응 논리 꼬일 가능성
일본 "당연한 판결"·정부 '당혹' 분위기도…한일관계 영향 가능성 작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사법부가 유사한 소송에서 정반대 판결을 하면서 위안부 판결에 따른 한일갈등을 풀려는 정부의 고민이 더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한일관계를 고려해 일본 손을 들어준 판결이 정부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마련해줄 가능성이 생겼지만, 엇갈린 1심 판결에 오히려 정부의 대응 논리도 꼬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을 의미하는 '국가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일본 정부 손을 들어줬다. 반인도적 범죄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지난 1월 8일 판결과 다른 결론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피해자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고, 한국 정부가 사법부 판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 방법도 마땅치 않아 한일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면서 위안부 판결에 대해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따라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이번 2차 판결은 한국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
1차 판결 이후 유사 소송에서 같은 판결이 잇따르면서 한일관계가 계속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판결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등 정부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국가면제에 대한 예외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국제관습법보다 확대할지에 대해 "외교부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나타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외교 정책과 국익에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피고(일본)에게 국가 면제를 인정하는 것은 이미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에 이뤄진 외교적 합의의 효력을 존중하고, 추가적인 외교적 교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정부가 지난 1월 1차 판결 이후 밝힌 입장이 재판부의 2차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외교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했다.
양국 간 위안부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 발표한 한일 위안부 합의로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게 그간 일본 정부의 주장이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판결로 인한 갈등을 어떻게든 봉합하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판결 재판부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이 같은 외교부 입장을 들어 "합의는 현재도 대한민국과 피고(일본) 사이에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전체 피해자 240명 중 41.3%에 대해 현금 지원이 이뤄진 점 등을 들어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반길만한 판결이 나왔지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 등 다른 갈등 현안도 산적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당장 한일 간 냉랭한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은 적다.
앞서 1차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 일본은 2차 판결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간부는 이번 판결이 '한일관계에 플러스가 되냐'는 기자단의 질문에 "천만의 말씀"이라며 "이번 판결로 플러스가 될 것은 없고, 아직도 큰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엇갈린 판결에 다소 당혹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외교부는 "판결 관련 상세 내용을 파악 중인바, 구체 언급은 자제코자 한다"면서 "다만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사건을 두고 정반대 판결을 내린 사법부 논리를 소화해 새로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데다 피해자들의 항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감지된다.
뒤집힌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는 피해자들을 의식한 듯 그간 사법판결에 대한 정부 입장에 늘 들어간 '법원 판단 존중'이라는 표현도 빠졌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 정부는 판결에 개입할 수 없고 일본 정부는 소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양국 정부 모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일본 "당연한 판결"·정부 '당혹' 분위기도…한일관계 영향 가능성 작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사법부가 유사한 소송에서 정반대 판결을 하면서 위안부 판결에 따른 한일갈등을 풀려는 정부의 고민이 더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한일관계를 고려해 일본 손을 들어준 판결이 정부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공간을 마련해줄 가능성이 생겼지만, 엇갈린 1심 판결에 오히려 정부의 대응 논리도 꼬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을 의미하는 '국가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일본 정부 손을 들어줬다. 반인도적 범죄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지난 1월 8일 판결과 다른 결론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같은 취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 정부가 피해자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일본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고, 한국 정부가 사법부 판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풀 방법도 마땅치 않아 한일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하면서 위안부 판결에 대해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따라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한 이번 2차 판결은 한국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
1차 판결 이후 유사 소송에서 같은 판결이 잇따르면서 한일관계가 계속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판결이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 등 정부 입장을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국가면제에 대한 예외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국제관습법보다 확대할지에 대해 "외교부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나타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의 외교 정책과 국익에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피고(일본)에게 국가 면제를 인정하는 것은 이미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에 이뤄진 외교적 합의의 효력을 존중하고, 추가적인 외교적 교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정부가 지난 1월 1차 판결 이후 밝힌 입장이 재판부의 2차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외교부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정부는 2015년 12월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가 양국 정부의 공식 합의라는 점을 상기한다"고 했다.
양국 간 위안부 문제는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 발표한 한일 위안부 합의로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게 그간 일본 정부의 주장이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판결로 인한 갈등을 어떻게든 봉합하려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판결 재판부는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이 같은 외교부 입장을 들어 "합의는 현재도 대한민국과 피고(일본) 사이에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통해 전체 피해자 240명 중 41.3%에 대해 현금 지원이 이뤄진 점 등을 들어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반길만한 판결이 나왔지만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 등 다른 갈등 현안도 산적한 상황에서 이번 판결로 당장 한일 간 냉랭한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은 적다.
앞서 1차 판결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 일본은 2차 판결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 간부는 이번 판결이 '한일관계에 플러스가 되냐'는 기자단의 질문에 "천만의 말씀"이라며 "이번 판결로 플러스가 될 것은 없고, 아직도 큰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엇갈린 판결에 다소 당혹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외교부는 "판결 관련 상세 내용을 파악 중인바, 구체 언급은 자제코자 한다"면서 "다만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사건을 두고 정반대 판결을 내린 사법부 논리를 소화해 새로운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데다 피해자들의 항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이 감지된다.
뒤집힌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는 피해자들을 의식한 듯 그간 사법판결에 대한 정부 입장에 늘 들어간 '법원 판단 존중'이라는 표현도 빠졌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 정부는 판결에 개입할 수 없고 일본 정부는 소송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양국 정부 모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